야속한 태풍 종다리

폭염 식힐 ‘효자’ 예상과 달리

남해상으로 경로 대폭 수정

영서엔 오히려 폭염 부추기고

주말 내륙 비 내려도 찔끔

28일 오후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당초 일본을 거쳐 동해로 이동할 거라던 태풍 종다리의 예상 경로가 대폭 수정돼 남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보됐다.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 일시적인 강풍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국적인 더위를 식히기는커녕 외려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말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비 소식도 있지만 기온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강한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면서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 1,100㎞ 부근 해상에서 북동진하고 있는 12호 태풍 종다리가 일본 남부로 상륙한 뒤 30일 낮 제주 서귀포 동쪽 약 150㎞ 부근 해상으로 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열도를 관통한 종다리가 30일 오후 열대저압부(TD)로 세력이 약화한 후 독도 부근 해상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 지난 25일 예보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우리 기상청뿐만 아니라 일본 기상청(JMA)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도 비슷하게 경로를 수정했는데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상공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형태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태풍의 경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풍 종다리의 경로가 크게 바뀌긴 했지만 한반도의 폭염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서울 등 서쪽 지방에는 고온 건조한 바람을 불어 넣어 폭염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종다리의 세력이 약해 고기압 경계를 뚫고 와 더위를 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풍 유입으로 29~30일 기간 동해안 일부 지역에는 비를 내려 일시적으로 열을 식히겠지만 서쪽에는 고온 건조한 대기를 공급해 낮 기온이 37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8일 서울 및 경기, 강원영서와 충청ㆍ남부 내륙, 제주 산지에 10~60㎜, 29일에는 동해안에 5~20㎜의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달궈진 대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관측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는 강한 소나기가 예상돼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며 “태풍의 영향으로 31일까지 동해 및 남해안, 제주 일대에 강풍이 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