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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보다 뜨거웠던 노회찬 추모 인파… “선한 정치 향한 국민적 갈망”

입력
2018.07.27 17:15
수정
2018.07.27 19: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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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서 7만2300명 조문객 몰려 

 “고인이 보여준 옳은 정치 향한 

 지지와 연대가 반영된 현상” 

 정의당 지지도 11% 역대 최고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 분향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 분향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장례 마지막 날인 27일에도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빈소와 분향소를 찾아 눈시울을 붉혔고, 방명록과 포스트잇에 적은 추모 메시지가 각지에서 줄을 이었다.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이른바 ‘노회찬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한 정치인의 죽음을 계기로 ‘선한 정치’, ‘좋은 정치’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의당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노 원내대표의 빈소와 전국 시도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날까지 7만2,300여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장례 형식은 정의당장ㆍ국회장으로 진행됐지만 시민 추모 물결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시민장’이나 다름 없었다. 추모 열기는 정의당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도는 2012년 10월 창당 이래 최고치인 11%로 집계됐다. 상중이라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입당과 후원금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모 열기에 선한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갈망이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은 현실에서 그가 보여준 삶의 궤적을 통해 진정 선한 정치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정치가 국민에게 안긴 무수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마음 속에는 근본적으로 선을 지향하는 선한 정치와 좋은 정치인에 대한 깊은 갈망이 있다”면서 “평생 약자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살았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선한 정치와 정치인의 모습을 실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사회 약자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편협하지 않았던 노 원내대표의 정치 행보가 진보와 보수진영에서 고루 공감을 받고 있는 것도 국민적인 추모 열기의 이유로 꼽힌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추모 기간 동안 정치인 노회찬이 진보ㆍ보수의 틀을 넘어 정치인의 새로운 상을 보여줬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면서 “평생 약자와 서민 편에 서서 인간적이고 친밀하게 다가왔던 노회찬 의원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노 원내대표는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촌철살인’을 통해 대중적인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좋은 정치를 보여준 드문 정치인”이라며 “대체 불가능한 정치인을 떠나 보낸 아쉬움과 그가 보여준 ‘옳은 정치’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두루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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