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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도 숨이 턱턱… 닭 죽고 포도 타들어가”

입력
2018.07.27 17:55
수정
2018.07.27 22:02
5면

5분도 안돼 굵은 땀방울 줄줄

뙤약볕에 10분도 서 있기 힘들어

차 보닛에 생새우 1시간만에 익어

길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이 텅 비어

[저작권 한국일보]본보 류수현 기자가 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새우를 햇볕에 익힌 후 들고 있다. 윤희정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본보 류수현 기자가 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새우를 햇볕에 익힌 후 들고 있다. 윤희정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동기상관측기기 옆 차량 보닛에서 생새우(왼쪽)를 햇빛에 익혔더니 1시간 후 알맞게 익었다. 윤희정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동기상관측기기 옆 차량 보닛에서 생새우(왼쪽)를 햇빛에 익혔더니 1시간 후 알맞게 익었다. 윤희정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오후 폭염이 절정을 보이고 있는 경북 영천시 신녕면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앞 삼거리 도로에 개 한 마리만 어슬렁거릴뿐 거릭가 텅 비어있다. 윤희정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오후 폭염이 절정을 보이고 있는 경북 영천시 신녕면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앞 삼거리 도로에 개 한 마리만 어슬렁거릴뿐 거릭가 텅 비어있다. 윤희정 기자

숨이 턱 막혔다. 비공식 기온이라지만 40.5도를 기록한 경북 경산시 하양읍은 더위 하면 꽤나 단련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출신 기자도 뙤약볕에서 10분을 서 있기 힘들었다.

27일 오후 2시 하양읍 금락리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주변. 하루 전인 26일 비공식 최고기온을 보인 이곳은 야트막한 언덕에 그늘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각 AWS는 39.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 이곳 최고기온은 40도였다.

각오는 했지만 5분도 되지 않아 굵은 땀방울이 목을 타고 내려왔다. 차량 보닛에 생새우를 올렸더니 금방 색깔이 분홍빛을 띠기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나자 새우는 노릇노릇 알맞게 익었고 꼬리 부분은 탄 것처럼 까맣게 변했다. 프라이팬에 구웠다고 해도 솔깃할 정도였다.

새우실험이 끝난 오후 3시13분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것도 AWS 주변에만 비가 집중됐다. 비를 맞으니 시원한데 조금 벗어나니 빗물이 햇볕에 증발하면서 습도만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큰 길에는 사람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민 김승옥(66)씨는 "이달 초부터 20일 넘게 더위가 계속되면서 몸이 적응하고 있지만 닭들은 죽어나가고 포도 같은 과일도 타 들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초 이곳 AWS는 하양읍사무소 옥상에 있었으나 2012년 7월31일 에어컨 실외기 2개가 내뿜는 열기에 40.6도를 기록한 후 지금 자리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2년 전인 2016년 8월12일 40.3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25분 떨어진 영천시 신녕면 일대도 찜통더위는 마찬가지였다. 직선거리로 14.9㎞다. 26, 27일 연 이틀 40.4도를 보인 이곳 신녕초등학교 내 AWS 주변도 매미 소리만 들릴 뿐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학교 앞에서 폐쇄회로(CC)TV 설치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이 더위를 피해보려 얼굴을 꽁꽁 수건으로 싸매고 있지만 흘러내리는 구슬땀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작업 인부 김성훈(25)씨는 "두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영천시내 전역에 CCTV를 달고 있는데 땡볕 아래서 작업하다 보니 찬물을 끊임없이 마셔도 돌아서면 덥다”고 혀를 내둘렀다. 와송과 마를 키우는 농부 조성준(43ᆞ신녕면 화성리)씨도 "평소 같으면 한두 시간이면 되지만 요즘은 오전 내내 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42년 8월1일 40도 공식 최고기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대구는 27일 아침까지 보름째 열대야 행진을 잇고 있다. 대구의 열대야는 지난 12일부터 계속된 터라 역대 최장 열대야 연속일수 21일(2001년 7월20일~8월9일)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 이날 대구 최저기온은 28.6도로, 1907년 1월 기상관측 후 아침 최저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에서는 26일 오후 10시40분부터 4시간 동안 수성구 범물동 한 아파트에 전기공급이 끊겨 680가구 주민이 불편을 겪는 등 아파트 2곳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길봉 대구기상지청 기상예보관은 “경산과 하양의 기온이 높은 것은 바람이 인근 팔공산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과 분지의 지형 특성이 겹쳐 열기가 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산ᆞ영천=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류수현 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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