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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360˚] “개는 사람과 친하니 먹지 말자? 그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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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냄새가 나는 곳’
단 1분도 버티기 힘든 최악의 폭염 아래, 그곳은 단 1초도 버틸 수 없는 생지옥이 된다. 이미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위로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는다. 격자 사이로 밑이 뚫린 ‘뜬장’ 아래, 잔뜩 고인 것은 똥과 오줌. 개들은 세상을 ‘보기’ 전에 ‘맡는다’. 인간의 수 백배에 달하는 후각을 가진 개들에게 이 곳, 개 농장은 죽음의 땅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곳이니까. 폐사(斃死), 아사(餓死), 혹은 도살(屠殺). ‘주인’이라는 천운을 만나지 못한 대한민국 모든 개들의 운명이다. 구더기가 들끓는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죽거나, 차마 먹지 못해 죽거나, 혹은 복날이 가까워진 어느 날 목구멍 끝까지 전기봉이 욱여넣어진 채로 죽는다. 이 땅에서 개는 ‘반려동물’인 동시에 사실상 ‘식용가축’이기 때문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되지 않은 종, 그래서 늘 법망의 바깥에서 ‘가장 극악무도하게’ 길러지는 동물, 그러나 수 천년 간 인간과 가장 가까웠던 동물이 바로 개입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중복을 갓 넘긴 오늘도 케이지 속 개들은 전기 충격으로 기절한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져 펄펄 끓는 탕 국물에, 소주 단지에 빠진다. 관성으로 먹는 ‘보신 밥상’을 위한 것이라지만 과연 ‘보신’(保身)이란 게 될까? “전국의 개고기 중 절반 이상에서 닭고기의 500배에 달하는 항생제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죠. 이게 현실입니다.”(박소연 대표) 똥오줌을 뒤집어쓰고 피부병으로 진물을 흘리며 썩은 음식 찌꺼기로 목숨을 부지한 동물의 고기, 상식적으로도 생각해도 ‘보양식’이 될 리 만무하다.
그래도 날 선 물음표는 끊이지 않는다. “소ㆍ닭ㆍ돼지는 되는데 개는 왜 안 돼?” “먹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합법화해서 깨끗하게 유통하면 되잖아!” 케케묵은 불편함도 고개를 든다. ‘먹고 싶어서 먹겠다는데,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그 누구에게 있느냐’는. 복날이면 도돌이표가 되는 이 싸움을 16년째 해 온 이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인생 최고의 폭염’을 겪고 있는 이 여름, 뜨겁게 달궈진 광장으로 달려 나온 이유가 뭐냐고. 중복을 사흘 앞둔 24일 오후, ‘동물권단체 케어’의 대표 박소연(47)씨와 활동가 김혜란(49)씨를 만났다.
개 도축, 합법적이었던 적은 없다
“법에 적힌 대로 해석하자면 ‘식용이 아니다’인데, 실제로는 때려죽여 먹든 수십 마리씩 팔아넘기든 ‘나몰라라’하고 있습니다. 식용이 아닌데, 식용인 동물인 거죠.” (박소연 대표)
개는 ‘식용’으로 도축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법이 만들어져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현행법 조문을 해석하면 그렇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용 가축으로 등재된 종이 아니기 때문에 ‘수백 마리를 함께 기르다가 식용을 위해 한꺼번에 죽이는’ 도축 행위는 사실상 위법이다. 이를 입증하는 역사적 판결도 등장했다. 지난 3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식용 목적으로 개를 죽인 농장주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한 것. 그럼에도 전국에는 약 1만여 개의 개 농장이 버젓이 존재한다. “이것도 관련 부처가 전수조사에 나서지 않아 동물권 단체들이 알음알음으로 밝혀낸 추정치에 불과해요.” 심지어 이들 단체가 대대적으로 고발에 나섰던 성남 모란시장은 지금도 한밤중만 되면 환하게 불을 밝힌다.
반려 인구 천만 시대, 국민 5명 중 1명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세상임에도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여전히 엉덩이가 무겁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희미한 탓이다. “지자체 담당자들이 얼마나 소극적인 줄 아세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자리에 앉아서 잘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아요. 나서서 적발하고 다니려면 피곤하니까. 짐승이면 그냥 짐승이고, 물건과 다를 바가 없는데 학대는 뭔 학대냐. 이런 인식 수준인 경우가 많죠.” 지난봄, 케어가 남양주시의 불법 개 농장을 적발해 알렸을 때도 지자체는 어김없이 늑장대응이었다. “격리조치도 안 하고 미적거리는 사이에 농장주가 30마리를 빼돌렸어요. 개고기 식당에 팔아넘겼더라고요.”
현행법상 가축분뇨시설만 갖추면 개 농장(식용 도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설이라고 간주)도 축산시설로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이 조차 관리 영역 밖이다. “전국 개농장의 70~80%가 이걸 안 해요. 분뇨처리시설을 만들고 신고를 하려면 건축법의 제재도 받거든요. 음식물 쓰레기 썩는 악취든, 개들 비명이든 숨겨야 하거든.” 업자들이 그린벨트, 군부대 지역, 가축사육제한지역 등 구석진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뜬장을 쌓는 이유다. 구조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적발한 하남의 불법 ‘알박기’ 개 농장도 5년 방치됐었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들이 죽어 쌓여있었는데 지자체는 몰랐답니다.” (김혜란 활동가)
이 뿐일까. 단체들의 반발로 동물 생산업이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그 ‘허가’의 기준이란 게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간다. “뜬장(개들의 발이 푹푹 빠지는 성긴 격자형 케이지)은 없앴어야 해요. 굳은살 박이고 짓무르고 똥오줌 흐르고… 고통을 주니까. 근데 신규 뜬장만 막겠다네요? 기존 뜬장은 100년이든 200년이든 보수해서 계속 쓰게 둔다는 거예요.” 과연 무엇을 위한 허가제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개를 공장식 축산으로 밀어 넣자고요?
“상황이 이런데 합법화요? 차라리 합법화해서 깨끗하게 유통되게 하자고요?” 있는 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마당에 합법화는 공허하다. 육견업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수억에 달한다. 사료가 아닌 쓰레기를 먹이고, 수돗물조차 주지 않기 때문. 투자비용이 적다 보니 수익도 크지만 이 모든 소득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사실상 위법’인 이 사업에서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진다. 수십 년간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탈세가 이뤄져 오고 있던 셈이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몇백 년을 이어져 온 문화라는데 왜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개고기 합법화를 안 했을까요?” 개고기를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곧 모든 축산 기준과 위생 시설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모든 비용은 세금으로 메워지게 된다는 뜻이다. 세금을 빼돌린 이들의 생업을 지켜주기 위해 세금을 써야 하는 ‘역설’이다. “게다가 개고기 수요는 최근 5년 사이에 거의 반토막이 났어요. 지금 개고기를 소비하는 계층은 60대 이상,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소수의 외국인들이 전부죠. 수년 내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르는 사양산업을 합법화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요?”
엄청난 비용을 들여 합법화를 한다 해도, 여론이 기대하는 ‘위생적’이고 ‘인도적’인 도축환경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한 종의 동물이 축산화되면 이미 보호의 법망에서 완전히 제외되기 때문. “한 종의 동물이 합법적 축산물이 되면 그다음 단계는 대량생산, 공장식 축산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조류독감,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건 다 이유가 있죠.”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 돼지를 한꺼번에 불법 생매장한 현장을 세상에 공개한 것도 바로 케어였다. “누구보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잘 알죠. 인도적인 도살 방법? 그런 건 없어요. 있다면 안락사뿐인데 약물이 들어간 동물의 사체는 축산물이 될 수 없죠. 동물복지적 축산환경이요? 우리나라에서 겨우 0.1%가 될까. 닭은 부리를 자르고 돼지는 꼬리를 자르는데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뛰어놀게 해준다고 그게 동물 복지일까요?” 축산농장 동물들의 현실이 이렇다면 개고기가 합법화된다고 달라질까. “절대 아니요. 그런데 도대체 왜,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도 하지 않은 ‘새로운 종을 축산종에 포함시키는 일’을 우리나라가 하냐는 말이죠.”
더 많은 종이 고통받는 걸 막으려면…
개를 먹는 사람들도, 개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소ㆍ닭ㆍ돼지는 왜 먹어? 왜 개만 다른 종과 달라?’ 초복을 앞둔 15일 광화문의 ‘개고기 반대 퍼포먼스’에 쏟아진 보도에도 비슷한 의문이 일었다. 같은 질문을 던지자 박 대표는 거침없이 답한다. “이런 질문은 논리 그 자체를 볼 것이 아니라, 기저에 깔리 의도를 봐야 해요. ‘소ㆍ닭ㆍ돼지는 왜 먹어? 이들의 고통도 같이 없애줘야지’가 아니라 ‘소ㆍ닭ㆍ돼지는 왜 먹어? 개도 먹어도 돼’인 거잖아요. 결국 더 많은 종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의도가 아니라, 어차피 고통받는 동물들이 있다면 다른 종도 ‘평등하게’ 고통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자기합리화인 거예요.” 단 한 종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면 단계적으로라도 그것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절대선이고 양심이라는 것. 오랜 시간 반복돼 온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다.
“‘개는 귀엽고 사람을 잘 따르니 특별해. 그러니까 개만큼은 먹어선 안돼?’ 오해입니다. 저희가 주장하는 건 ‘개라서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개부터라도 안 되게 하자’라는 거예요.” 고통의 기준이 절대 최악에서 평준화될 순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불평등과 차별, 폭력은 늘 있어왔죠. 하지만 우린 그걸 없애왔어요. 한 번에 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조금씩 조금씩 단계적으로. 논리를 따지는 분들께 여쭙고 싶어요. 도덕의 영역에 누가 논리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요.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윤리가 필요해요.”
케어의 목표는 개고기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개식용의 종식’은 일종의 발판이다. “결국은 공장식 축산에 문제를 제기하는 거죠. 과학기술의 발전이 비윤리적 축산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인체에 무해한 인공세포 고기가 이미 만들어졌고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같은 맛과 질감을 가진 식품이 개발되고 있거든요.” 케어는 오는 8월 <농장동물 없는 미래>라는 주제로 북토크쇼를 연다. 고래, 침팬지, 코끼리와 같은 전시동물은 물론 소, 닭, 돼지를 해방할 인공 고기에 대해 논하는 자리다. “많은 인류가 소, 닭, 돼지를 먹고 있죠. 한 번에 방생할 순 없어요. 불가능하고요. 조금씩 줄이고 대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이 개고기 식용 종식 운동이 된 거고요.” 개라서가 아니다. 토끼든, 뉴트리아든, 말이든 ‘더 많은 종이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행복한
“지난 초복 광화문 시위 때 ‘토리’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광화문으로 마중을 나왔어요. 대한민국 최초 유기견 퍼스트독 토리는 사실 아픔이 많은 아이예요. 학대당했고, 버려졌고, 까맣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죠. 잡아 먹히기 직전에 간신히 구조됐을 때만 해도 경계심이 아주 강했어요. 이젠 대통령의 반려견이 돼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케어의 품을 떠나 청와대 마당을 뛰놀게 된 토리는 수많은 토리 인형들 사이에 있었다. ‘먹지 말고, 안아주세요’ 라고 쓰인 팻말 앞에.
“반려인 천만 시대라면, 이제 ‘반려동물 윤리 상식’이 필요해요. 미디어에서 연일 새끼 동물, 순혈 동물을 치켜세우니까 모견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 없는 번식장이 계속 성업 중이죠. 귀엽다고 샀다가 아프면 뒤치다꺼리에 돈 든다고 내다 버리고. 그렇게 보호소에 유기견들이 가득 차면 안락사시키고… 이게 맞을까요?”
동물보호 선진국인 독일엔 펫숍이 없다. 전문 번식업자에게 예약을 하거나 보호소에서 입양을 해야 하는데, 새끼를 받는 것이 워낙 비싸다 보니 후자가 일반적이다. 버려진 동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살피며 관리하는 보호소가 펫숍을 도태시켰다. 그래서 유기동물들이 적다. 당연히 안락사 당하는 동물들도 없다. “생명이잖아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사고파는 게 아니라, 입양 보내고 입양받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 “동물들이 행복한 나라요? 아니요.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행복한 나라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 개만을 위함이 아니었다. 동물권이라는, 아직은 입에 붙지 않는 말의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무엇으로 태어났든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게 생명의 권리임은 분명하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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