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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공결 쓰려면 학교에 생리 시작일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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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새학기부터 전산 등록제
학생들 “일방적 도입…인권침해”
학교측 “정보 유출 안돼 문제없어”
“월경 주기는 친구끼리도 묻기 조심스러운 건데…”
한국외대 4학년 윤솔아(24)씨는 최근 공개된 학교 총학생회 정책 결과 보고에 화들짝 놀랐다. 새 학기부터 생리공결을 사용하려면 학교 전산시스템에 자신의 월경 시작일을 입력해야 한다는 것. 생리공결은 여학생이 월경 통증으로 결석할 경우 이를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윤씨는 “학교 전산에 월경 시작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질병 등 다른 유고결석(출석이 인정되는 결석)과 달리 생리공결만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9월부터 서면으로 신청하면 처리됐던 생리공결을 다음 학기 전산 등록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학생 반발이 거세다. 학교와 학생회는 허위 신청 방지 및 학생 편의 제공 차원이라지만 정작 여학생들은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한 침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학생들은 월경 시작일을 학교가 저장하고 관리한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한다. 한 여학생은 “월경으로 수업을 빠지게 되면 강의 내용을 못 쫓아가기 때문에 결국 거짓 신청을 할 경우 손해는 본인이 져야 한다”라며 “학점 하나가 취업과 직결되는 와중에 누가 생리공결을 남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명백한 개인정보 제공임에도 학생 동의 없이 학교와 총학생회가 전산화를 일방 도입한 것도 따질 대목이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학생 반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중헌 총학생회장은 “학교 전산 정보는 함부로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미비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 역시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명지대나 동덕여대 등 다른 학교도 전산으로 생리공결을 신청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리공결 전산화가 완료된 대학 대다수는 공결 날짜만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한국외대처럼 월경 시작일까지 등록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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