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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호 금괴 몰라… 고철값은 12억원 정도”

입력
2018.07.26 14:28
수정
2018.07.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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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신일그룹 대표 회견

경찰, 경영진 투자사기 의혹 수사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가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가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150조원 가치의 금괴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고 나선 신일그룹이 금괴의 유무와 그 가치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룹은 금괴와 상관 없이 인양을 시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인양 계획도 수립하지 않아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6일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투자 사기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돈스코이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의 보물이 담겼다는 것은 일부 언론 보도와 추측성 자료에 담긴 문구를 검증 없이 인용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금화 또는 금괴가 있는 지와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탐사 과정에서 육안으로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금괴로 추정되는)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무게가 4,000톤에 달하는 선체의 고철 값은 인양 시 약 1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은 금전적 가치와 상관 없이 러일전쟁의 사료(史料)인 돈스코이호의 인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룹은 울릉도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지점에서 지난 14, 15일 두 차례의 탐사를 통해 수심 434m 아래에서 돈스코이호를 확인했다며 당시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려면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발굴 승인 기관인 포항해양수산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룹 측은 지난 20일 포항해양수산청을 방문해 발굴 승인 신청서와 작업계획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선체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데다 인양 비용에 대한 재정보증서와 발굴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해 신청서를 접수하진 못했다.

인양에 소용되는 예상 비용 300억원도 구체적인 인양 시나리오 없이 책정돼 의구심을 낳고 있다. 돈스코이호는 진도 앞바다 수심 40m 아래 침몰해 있던 세월호(6,800톤)보다 10배나 깊은 곳에 묻혀 있다. 지난해 3월 중국 상하이셀비지가 세월호를 인양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1,200억원도 넘는다. 신일그룹과 탐사, 인양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한 JD엔지니어링은 향후 인양 기술을 보유한 해외전문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돈스코이호를 들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양 공법, 인양 시기, 소요 비용 산정 근거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돈스코이호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면 그룹 차원이 아니라 정부, 해외 투자자들과도 협력해 인양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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