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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폭염 속 가축 폐사… 밀집사육이 부채질

입력
2018.07.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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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털이 덮여 체열발산을 하지 못하는 닭이 지난 2주간 200만마리가 폐사하면서 제일 피해가 컸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털이 덮여 체열발산을 하지 못하는 닭이 지난 2주간 200만마리가 폐사하면서 제일 피해가 컸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최악의 폭염으로 지난 2주간 200만 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폐사했다. 폭염 속 가축들의 폐사는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인데 밀집사육 방식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그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가 지난 17일 79만 마리에서 217만7,000여 마리로 늘었다. 특히 자동관측장비(AWS) 기준 경북 영천에서 40.3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극에 달했던 24일 하루에만 74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다.

온 몸이 털에 덮여 더위에 취약한 닭이 204만여 마리로 피해가 컸고, 오리 10만여 마리, 돼지 9,400여 마리 등이 폐사했다.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에 따르면 폭염에 따른 농장동물의 폐사 피해는 2012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해 2013년 212만 마리, 2014년 112만 마리, 2015년 267만 마리, 2016년 629만 마리, 2017년 726만 마리 등으로 2016년부터 크게 늘었다. 카라는 농장동물의 폐사가 대규모 밀집 사육환경에서 기록적인 더위와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 폭염이 계속되면서 가축관리에 비상이 걸린 17일 오전 광주 북구 충효동의 한 축사에서 광주 북구청 경제산업과 농축산유통팀 직원들이 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국에 폭염이 계속되면서 가축관리에 비상이 걸린 17일 오전 광주 북구 충효동의 한 축사에서 광주 북구청 경제산업과 농축산유통팀 직원들이 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닭과 오리 등 가금류와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대사열을 몸 밖으로 쉽게 내보내지 못한다. 특히 닭은 체온이 41도로 높고 몸이 깃털로 덮여있어 체온조절을 하려면 호흡과 물이 중요하다. 카라 측은 “국내 사육 닭의 케이지 면적 기준은 산란계가 마리당 0.05㎡, 육계가 마리당 0.046㎡으로 매우 좁다”며 “현실에서는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닭들의 스트레스가 높고 이는 폐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카라는 또 산란계의 경우 케이지 면적 기준을 0.05㎡에서 0.075㎡로 높이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 기준은 신규 농장에 오는 9월부터 적용되는데 기존 농장의 경우 7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부여 받아 실질적인 사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다.

카라는 “정부는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과 밀집사육으로 인한 가축 폐사를 당연시 하지 말고 사육환경의 근본적 개선과 함께 적정 사육 마리 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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