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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들의 ‘건보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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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 탈락
이달부터 부과 체계 바뀌면서
23만세대 지역가입자로 전환
과세표준 넘는 무소득 장애인
30세 이상 취업준비생 등
“소득 없는데 소액이라도 부담”
경기 양주시에 사는 김수미(41ㆍ가명)씨는 이달부터 건강보험료 체계가 바뀌면서 급하게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4년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후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그간 직장가입자인 남동생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보료를 감면 받았지만, 체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씨가 매달 내야 하는 건보료는 8만여원. 소득이 전혀 없는 데다 생활비마저 형제들의 도움을 받는 김씨에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금액이다.
월 8만원이 넘는 건보료가 매겨지게 된 건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주 이사를 다닐 수 없는 김씨 처지를 알고 그의 명의로 남겨두고 간 아파트 때문이다. 정부는 직장가입자의 형제ㆍ자매 자격으로 피부양자로 올라있던 사람들을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대신 형제ㆍ자매가 노인이거나 30세 미만, 장애인일 때는 ‘연소득 3,400만원 이하 또는 재산 과세표준 1억8,0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만 피부양자로 남을 수 있게 했다. 김씨 아파트의 과세표준은 1억9,800만원으로, 기준보다 1,800만원 정도 많다. 김씨는 26일 “버는 돈도 없는데 생활이 버거운 형제들에게 또 손을 벌리기는 어려워 차라리 집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7월부터 바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형제ㆍ자매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된 이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정부는 “가족 부양 개념이 많이 바뀌었고, 건보료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취업이 안 돼 소득을 낼 수 없는 이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보건복지부는 새로 지역가입자가 된 23만세대 건보료를 2022년까지는 30% 감면해주기로 했다. 그렇다 해도 이들 월 평균 건보료가 2만9,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월 2만원씩은 부담해야 한다.
가장 불만이 큰 이들은 30세 이상 취업준비생들이다. 경기 불황 탓에 30세가 넘어도 취업을 하기 힘든 실정인데 이들을 ‘자립이 가능한 세대’로 보고 건보료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실업자는 19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석사과정을 끝내고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31)씨는 “직장가입자인 언니의 피부양자로 올라 있다가 이달부터 소득최저보험료인 1만3,100원 중 30%를 제외한 9,170원을 매달 내게 됐다”며 “남들에게는 적은 돈으로 보이지만 취준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라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사연이 잇따라 게재된다. 자신을 46세 여성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2014년 퇴사 이후 경력이 단절돼 재취업이 힘들고 소득이 없어 자매 의 피부양자로 인정받아왔지만, 이달부터는 내 명의 집 때문에 7만원 상당 보험료를 매달 내야 한다”며 “이 집에서 혼자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또 다른 40대 후반 청원자도 “가진 건 공시지가 9,300만원 상당의 아파트가 전부인데 앞으로 월 건보료로 7만3,000원을 내라고 해 결국 아파트를 처분해야 할 판”이라고 썼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피부양자 기준이 너무 넓기 때문에 대상자 조정은 필요했다”면서도 “다만 다음 개편 때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체납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사례들은 구제를 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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