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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 택배대란 불씨 살아있다

입력
2018.07.2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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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송 전 분류업무 추가 임금 놓고 

 CJ대한통운-노조 한달간 충돌 

19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과 울산 등 영남권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20일 업무에 복귀, 정상적인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배송 전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공짜노동’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지 약 한 달이다. 영남권을 뒤흔들었던 ‘택배 대란’도 해소됐다.

하지만 임시 봉합일 뿐, 제2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복잡하게 꼬인 택배업계의 고용구조로 인해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로 이뤄진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중 택배기사들의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양측의 갈등은 노조가 택배 배송에 앞서 물품을 어디로 배달할지 분류하는 작업에 꼬박 7시간이 걸리는 만큼 별도의 임금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30일 하룻동안 파업을 벌인 것에서 촉발됐다. 이후 CJ대한통운이 노조 조합원 앞으로 할당된 물량들을 비조합원들에게 나눠 주며 대체배송을 지시하면서 파열음이 커졌다. 특히 영남권에는 택배기사들 중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이 많아 비조합원만으로는 늘어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택배 배송이 대폭 지연됐다.

 #“성실히 협상” 표면적 합의 불구 

 회사-대리점주-택배노조 

 근로개선 논의 협상 상대 떠넘겨 

택배노조의 복귀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마련한 노조와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 간 면담에서 배송 정상화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향후 성실히 협상한다”는 선언적인 내용만 있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갈등의 씨앗이었던 배송 전 분류작업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해소돼야 하지만 노조의 ‘대화 상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내 택배산업은 CJ대한통운 등 원청이 각 지역의 대리점주와 운송위탁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다시 택배기사들과 위ㆍ수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노조는 교섭상대를 원청이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정할 실질적 권한을 가진 CJ대한통운으로 본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맺은 것은 각 대리점주들이라 분류작업 개선 요구에 대해 노조와 교섭하지 않겠다며 대리점주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CJ대한통운-전국택배연대노조 갈등 일지.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CJ대한통운-전국택배연대노조 갈등 일지. 김경진기자

노조와 대리점 간의 교섭도 쉽지 않다. 택배노조가 “대리점도 택배회사로부터 물량을 받는 처지인데다가 재계약도 해야 하는데 무슨 권한이 있어 이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리점연합회 측은 특수고용근로자인 택배기사들로 이뤄진 택배노조는 합법노조가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노동 전문가들은 특수고용직 노조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2010년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을 하청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인정한 것처럼 노조법상 원청은 사용자가 될 수 있다”며 “실제 택배기사들의 수수료 등 근로조건을 정하는데 CJ대한통운이 역할을 하고 있다면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단체교섭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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