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짜오! 베트남] 까다로운 한국행 비자 발급… 한국 여행 경험 있으면 “부자” 소리 들어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양국 방문자 숫자 8대 1 불균형
공무원ㆍ기업인에도 서류심사 깐깐
“무비자 시범 적용” 주장도 나와
올해 상반기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수는 171만명에 이른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0.7% 늘어난 수치다. 반대로 이 기간 한국을 찾은 베트남인도 21만1,147명으로, 45%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올해 양국 인적 교류 규모는 4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베트남 현지에서는 안정적인 양국 관계 지속을 위해 현재 8대 1에 달하는 양국 방문자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자유롭게 베트남을 드나드는 데 비해 한국 방문이 쉽지 않은 데서 오는 베트남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한국 여행 경험이 있다고 하면 ‘부자’로 불릴 정도로 극소수다.
현재 한국인은 베트남을 사증(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고, 무비자 입국시 15일 동안 체류할 수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비자를 신청할 때 직업, 나이, 재정 서류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공무원이라 해도 출장명령서를 첨부한 뒤 1주일 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다. 호찌민시 이민국 관계자는 “친구 하나가 한국 여행 한번 하려다 비자 때문에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라도 한국입국 절차는 불편하고 번거롭다. 베트남 주재 외교관 A씨는 지난해 말 베트남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민원’을 받았다. 지인의 비자를 급행으로 발급해달라는 요청인줄 알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깜짝 놀랐다. 민원 내용은 차관의 지인이 한국 비자를 신청 때 대사관에 맡긴 여권을 ‘비자를 안 받아도 되니, 그냥 빨리 돌려 달라’는 것. A씨는 “차관한테 민원을 넣은 사람은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의 임원이었고, 다른 나라로 긴급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여권이 필요했다”며 “저런 사람들한테까지 깐깐한 서류 심사를 하는 현행 시스템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소득이 충분하고 신분이 확실해 불법체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비자 발급 절차를 더욱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인이 누리고 있는 무비자 혜택을 베트남에도 시범적으로나마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컨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면서 일정액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대도시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범적으로 허용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신동민 베트남신한은행장은 “신한 플래티넘 카드 고객들은 재정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비자를 받고 있다”며 “한국 방문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최상류층 인사들이 카드를 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총영사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이 우려하고 있는 불법체류자 발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무비자입국을 한번 허용해보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접근법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실용적 접근법을 주문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이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라고는 하지만, 비자 제도만 놓고 보면 이곳에서는 불쾌하게 볼 여지가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도 한ㆍ베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베트남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를 약속한 바 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