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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 무기로 한국 진보 정치의 대중화 이끌어

입력
2018.07.23 14:10
수정
2018.07.23 21:5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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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하다 민노당 창당 합류

국회 입성 후 ‘특유의 입담’ 인기

척박한 진보정치 확산에 밑거름

# 삼성X파일로 의원직 상실 좌절 후

‘진보 텃밭’ 경남 창원서 당선 부활

최근엔 ‘국회 특활비 반납’ 화제

22일 오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 진보정치의 대중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간판 인물이었다. 진보정치 담론을 특정 지지층이 아닌 일반 대중에 확산시킨 주역이었으며 그 무기는 대중친화적인 독특한 언변이었다. 제도권내 진보정치권에서 그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고 믿는 정의당을 비롯한 많은 지지그룹이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노 원내대표는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과 2002년 3회 지방선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하면서 척박한 진보 정치의 대중화를 위한 밑거름을 놓기 시작했다.

노 원내대표가 대중정치인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7대 총선에서 민노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면서다. 국회 입성 이후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마다 화제가 됐다. 이후 내부 노선 갈등이 심해진 민노당을 탈당한 뒤, 진보신당의 초기 공동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홍정욱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석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0년 5회 지방선거 때 진보신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완주했지만, 3.3%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후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했다가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 이후 정의당으로 향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노원병에서 승리하면서 재수 끝에 다시 국회 입성했다. 하지만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떡값을 받은 전ㆍ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유죄를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또 다시 좌절을 겪었다.

20대 총선 때는 진보색채가 강한 경남 창원성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보수정당이 몰락해 가는 가운데 정의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노 원내대표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도 훨씬 높아졌다. 최근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을 능가하는 지지율이 나와 고무됐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노 원내대표는 최근까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했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난 노 원내대표는 경기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경기고 재학시절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다. 노 원내대표는 이후 1982년 전기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인천과 부천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핵심멤버로 몸 담았던 노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뒤, 재판에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밝힌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 원내대표의 경기고 동기로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긴 세월을 같이하면서 동반자 같았던 친구의 비보를 접했다”면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좋은 벗이었다. 너와 나눴던 많은 얘기는 나 혼자라도 간직하련다”고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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