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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슈퍼ㆍ여관 담벼락 전단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공개수배의 진화’

입력
2018.07.24 04:40
수정
2018.07.24 16:5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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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KBS에서 방영한 '공개수배 사건25시' 방송 화면. 이를 통해 용의자 182명이 실제 경찰에 검거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998년부터 KBS에서 방영한 '공개수배 사건25시' 방송 화면. 이를 통해 용의자 182명이 실제 경찰에 검거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여러분의 신고는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열쇠!’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동네 슈퍼와 여관 담벼락에서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전단을 지금보다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명 상당의 용의자 정보가 담긴 수배 포스터에는, 다양한 죄목 아래 용의자 사진과 ‘호리호리한 체격’, ‘경상도 말씨’ 같은 특징이 나열돼 있었다.

수사기관의 ‘A급 지명수배’는 형사 사건과 관련된 기소중지자나 출석요구에 불응한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조치다. ‘고양 여관 여종업원 살인’ 사건은 피의자가 특정되었지만, 연고 없이 노숙생활을 오래 해왔기에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수배령을 내렸다. 전국에 뿌려진 수배전단만도 1만여장, 공개수배 프로그램에도 두 차례 방송됐다.

누가 사진과 정보를 한 눈에 다 외워 제보를 하겠냐 싶겠지만, 1979년부터 40년 가까이 이어진 공개수배제도는 여전히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때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종합공개수배 전단으로 수배한 총 142명(중복자 제외) 중 77명이 검거됐다.

TV 시청이 보편화하면서는 지상파 방송국의 공개수배 방송이 범인 검거의 효자 노릇을 했다. 1993년 방송을 시작해 1999년 272부작으로 종영할 때까지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MBC ‘경찰청 사람들’은 평균 시청률이 20%에 달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1998년부터 방송한 KBS ‘공개수배 사건 25시’는 100여회 방송되는 동안 용의자 370명 중 182명이 검거됐다. 검거비율로 따지면 49.45%, 두 명 중 한 명은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는 얘기다.

공개수배도 진보하고 있다. 2016년 부산경찰청은 15년 전 ‘다방 여종업원 살인’ 사건 용의자가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부산경찰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한 달도 되지 않아 영상 속 인물 3명 중 1명을 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결국 범인은 2017년 검거가 됐는데, 자칫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이 같은 공개수배에 의한 시민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수배 전단에 이름을 올린 20명의 죄목과 사진, 이름 등을 볼 수 있게 안내하는 ‘스마트 국민제보 목격자를 찾습니다’ 어플리케이션(앱)도 있다.

하지만 용의자 얼굴과 인적사항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박한호 극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앱을 통해 용의자를 수배하는 것은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검거 후 떼어버리기만 하면 됐던 전단과 달리, 검거나 처벌 후에도 인적사항과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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