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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왜 업무시간이 아닌지…” 주 52시간제 무색한 회식문화

입력
2018.07.23 04:40
수정
2018.07.23 09: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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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줄며 업무강도 세졌지만 

 늦게까지 과음 회식은 변화 없어 

 숙취에 다음날 일하느라 스트레스 

 친목보다 일 얘기 많아 ‘업무 연장’ 

 “근로시간에 포함을” 국민청원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보다 더 곤욕스러운 게 회식이에요.”

서울의 한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김모(27)씨는 최근 회사에서 보낸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안내 이메일이 황당했다. ‘오락이나 사기진작이 목적인 회식은 업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어서다. 김씨는 “원치도 않은 회식에 억지로 끌려가 상사 비위를 맞추고, 끝나면 집까지 일일이 바래다 주는 게 업무보다 힘들다”라며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회사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라고 냉소했다.

대기업 위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시행된 지 20일이 넘었지만, 회사원들은 특히 회식 관련 지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여전히 우리네 회식 문화인데도 친목이 목적이라는 이유로 근로시간에서 빠진 탓에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회사원들의 ‘회식 노이로제’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오히려 심해지는 양상이다. 야근이 금지되는 등 근로시간이 짧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업무 강도는 세진 반면, ‘우리가 남이가’ 식 과음 회식만은 변하지 않아 업무 중, 퇴근 후 스트레스로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금융권 회사에 2년째 근무하는 정모(29)씨는 “퇴근 직전 메신저로 날아오는 ‘회식 번개’만큼 짜증나는 것이 없다”라며 “회식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급하게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예전보다 더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 교직원 강모(28)씨는 “친목 목적이라지만 일 얘기를 하는 등 실상은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주 52시간제에 발맞춰 업무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면서도, 술 마시는 회식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회식도근무연장-박구원기자 /2018-07-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회식도근무연장-박구원기자 /2018-07-22(한국일보)

회사원들 바람처럼 강제로 회식을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용노동부가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11일 주 52시간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회식은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진작, 조직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임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임원 등 상사가 회식 참석을 강제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회식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회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회식은 가능하나 강제 참석을 유도하지는 말아달라’고 공지하는 정도다. 이에 회식을 아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식은 업무 외 시간에 조직원들의 사기를 충전하는 것이기에,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 아닐까 생각한다”라면서도 “강제적인 형태의 회식이 지속될 경우 업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나 문제가 따를 수 있기에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서 회식 자리도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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