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성형외과도 댓글부대 운영 의혹… 14세도 안 됐는데 가슴성형?

입력
2018.07.21 15:00

“14세도 안 된 아이가 성형수술 질문에 답을 척척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한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쌍꺼풀, 코 성형은 물론 가슴 성형에 양악 수술까지 받았대요.”

성부자(39ㆍ가명ㆍ성형수술 부작용 환자의 줄임)씨는 2015년 9월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입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는 환자다. 그는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뒤 비슷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를 찾아 해결방법을 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이상한 댓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성씨는 2016년 여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코너에서 ‘A성형외과가 수술을 잘 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발견했다. 성씨는 그 글을 올린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려고 아이디를 클릭했다. 그러자 ‘OOO님은 만 14세 미만 사용자입니다. 이 질문의 공개 설정값을 만 14세 미만 답변 참여 허용, 미성년자 열람 허용으로 변경 후 1:1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창이 떴다.

성씨는 ‘A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친절하고, 잘 하더라’는 글을 올린 아이디를 하나씩 조사했다. 수십건에 달하는 댓글 대부분이 14세 미만 사용자가 올린 글이었다.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로 아이디를 만들어 허위 글을 올리는 ‘댓글 부대’가 의심되는 정황이었다.

가슴성형을 하려는데 A성형외과를 믿고 수술 받아도 괜찮은지를 묻는 네이버 지식인 질문과 그 병원에서 가슴 성형수술을 했는데 만족한다는 답변(위 사진). 답변자에게 쪽지를 보내기 위해 아이디를 클릭하면 아래 화면처럼 ‘14세 미만 사용자’라는 문구가 뜬다. 제보자 성부자(가명)씨 제공
가슴성형을 하려는데 A성형외과를 믿고 수술 받아도 괜찮은지를 묻는 네이버 지식인 질문과 그 병원에서 가슴 성형수술을 했는데 만족한다는 답변(위 사진). 답변자에게 쪽지를 보내기 위해 아이디를 클릭하면 아래 화면처럼 ‘14세 미만 사용자’라는 문구가 뜬다. 제보자 성부자(가명)씨 제공

성씨가 확인한 불법행위는 또 있었다. 의료법 시행령은 ‘특정 의료기관ㆍ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이 질병 치료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거나 환자의 치료 경험담이나 6개월 이하의 임상경력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특정 의료기관ㆍ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에 관한 기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신문ㆍ인터넷신문 등에 싣거나 방송하면서 광고하는 것’도 금한다.

그러나 A성형외과는 ‘특허 받은 OOO만의 수술 방법’, ‘안면윤곽성형 OOO원장 특허 절골술’ 등을 병원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광고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수술후기’ 코너에는 환자들의 경험담 수 백개가 올려졌고, 수상경력과 이 병원 원장을 인터뷰한 광고성 기사도 올려놓았다. 성씨는 “수술 전과 후 비교 사진을 올리면서 ‘수술 전’은 화장을 안 한 얼굴, ‘수술 후’는 색조 화장을 한 사진을 올려 수술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과장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시행령은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A성형외과는 홈페이지에 ‘수술후기’ 코너를 운영하면서 수백개의 경험담을 노출시켰다. 제보자 성부자(가명)씨 제공
의료법 시행령은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A성형외과는 홈페이지에 ‘수술후기’ 코너를 운영하면서 수백개의 경험담을 노출시켰다. 제보자 성부자(가명)씨 제공

성씨는 이런 행위가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조사해달라고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서를 보냈다. 그는 “1년 정도 인터넷으로 알아보면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성형외과가 비단 A성형외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개인 신분으로 모든 성형외과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어 나를 수술한 A성형외과에 대해 우선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공정위의 답변이 오는 대로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