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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문희상 의장, 청과 속궁합까지 맞을지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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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文의장 개헌 추진 드라이브에
靑, 국정운영 동력 분산 우려
여당도 “총선 앞두고 제기해야…”
#2
자유로운 영혼 유인태 사무총장
文의장과 국회 개혁 나서
상상 이상의 실험 진행될 듯
#3
김병준, 변절자 평가 있는데…
김병준 본인은 반박
“文정부가 노무현정신 잘못 이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들어 ‘노무현의 사람들’이 여의도 정치권의 주역으로 전면 등장했다. 한때 ‘폐족’으로 몰리며 이명박·박근혜의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준 뒤 10여년 만에 다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군이 대한민국 정계의 주류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우선 입법부의 얼굴로 문희상 국회의장 체제가 출범한 게 눈에 띈다. 보수정당의 명맥을 잇는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김병준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 영입된 것이야말로 매우 상징적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을 보필한 인사들이 중요 포스트에 위치하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된 유인태 전 의원도 노무현 청와대의 초대 정무수석이었다. 국회 지휘부를 친노 원로그룹이 접수한 것은 물론, 내달 치러질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참여정부 실세총리였던 이해찬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후보등록 끝까지 작용했다. 정가 풍경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 출신이 국회의장이 됐죠. 정권 초 국회와 청와대, 여야가 궁합이 맞을까요.
사이다 말고 탄산수(탄산수)=문 의장이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국회의 계절’인데요, 이제부터는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고 국회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 적폐청산이나 혁신, 개헌 등 모든 것의 마무리는 제도화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고요. 대통령도 내 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다, 할 말은 하겠다 이런 각오입니다.
불나방=국회 특활비를 폐지하겠다고 했어요. 국회의장이 정치 개혁의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욕인가요. 동력이 꺼진 개헌을 다시 추진하겠다고도 했죠.
올해도 가을야구(가야)=특활비는 폐지가 목표이지 당면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당초 폐지하는 게 맞다고 운을 뗐다가, 현실적으로 대폭 감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습니다. 그렇다고 공명심에 내지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의원들 스스로가 자존감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여요. 특활비를 대폭 줄이고, 개헌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 모두 청와대나 정부가 제대로 못한 일입니다. 국회가 완수하거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거나, 아니면 국민들에게 최소한 일하는 국회라는 강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문 의장의 도전은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겉궁합은 맞는데 속궁합까지 맞을지는 모를 일이란 반응입니다. 개헌 문제가 핵심으로 보여요. 문 의장은 제헌절 기념사부터 연내 개헌 추진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의회 수장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청와대로서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상황일 수 있습니다. 개헌 문제가 부상할수록 정국운영 동력이 분산될 수 있으니까요. 여당 내에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깁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제기했어야 할 개헌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든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특활비도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 등 주요 고객들이 8,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4,000억원으로 줄이겠다는 걸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지 모르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줬다 빼앗는 것 아닐까요.
불나방=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졸음을 참지 않았을 만큼 거침없는 인물이죠. 당청, 국회, 여야소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까요.
가야=문 의장 기자간담회 때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 총장이 간담회가 시작하자마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더군요. 역시 자유로운 영혼의 내공이 엿보였습니다. 정계원로이자, 카리스마를 갖춘 두 분이 최전방에서 국회를 이끌 에이스로 나섰으니 어떤 식으로든 상상 이상의 실험이 곳곳에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그간 무기력하게 국회를 바라보는 이들이 한결같이 바라던 것입니다.
평생 낮술=청와대는 관록의 국회의장과 젊은 청와대의 역할 분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에요. 다만 그 반대 시나리오도 없지는 않습니다. 정권 교체를 주도한 청와대와, 국회에 더 힘을 실으려는 문 의장 간의 주도권 다툼 시나리오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장미 대선을 치른 정세균 의장과 정권교체 이후 등판한 문 의장은 필연적으로 청와대에 대한 생각에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향후 청와대와 국회의 ‘케미’가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죠.
불나방=노무현의 정신을 아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많을수록 좋다고 문 의장이 그랬는데 한국당 상황도 이에 적용되나요.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정체성은 뭔가요.
호밀밭의 세탁기=김 위원장이 변절자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을 청와대 근무 때부터 지켜봤던 사람들은 김 위원장의 생각 변화는 없다고 해요. 김 위원장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바뀐 것이겠지요. 이제는 한국당이 김 위원장의 철학을 요구하고 있는 것뿐이죠.
가야=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과거 노무현의 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네요. 가령, 김병준 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었는데요. 김 실장은 현안 관련 모든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해 사안을 꿰뚫고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회의안건 목차만 쭉 살피고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거나 회의에 불참하는 인물들도 있었답니다. 현재 청와대의 핵심 멤버 일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었구요. 결국 정책은 돌고 도는 것이라, 현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10년 전 왜 그런 정책이 나왔는지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는 게 김병준 위원장의 불만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불나방=참여정부 정책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불만인가요.
가야=결국 본인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상당수 정책에 저작권이 있는데, 애먼 선무당들이 정책의 취지를 오해해 작두를 들고 풀이나 베고 있다는 인식인 거지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갈고 닦은 내공은 무시할 수 없어 보여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확고한 정치적 지향점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게 이해가 되죠. 제1야당의 대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 잘만 하면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한국당 의원들도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할 때 구원투수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그의 자격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불나방=친노 김병준이 한국당을 수술한다? 친박 친이 인물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적쇄신한다는 것이지요. 청산의 기준이 ‘신념’과 ‘정책’이라고 했는데.
여의도 구공탄=과거 기준으로 인적 청산은 안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신 자신이 중심이 돼 만든 새로운 당의 노선과 가치를 따를 수 없는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얘기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추후 당내에 피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찍고=인적 청산 기미만 보여도 의원들이 들고 일어날 테고, 김 비대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없는 만큼 흔들면 흔들릴 수밖에 없죠. 결국 인적 청산보다는 당 이미지 개선이나 정체성 확립 등에 방점을 찍지 않겠느냐는 게 안팎의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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