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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문희상 의장, 청과 속궁합까지 맞을지는 몰라”

입력
2018.07.21 10:00
수정
2018.07.21 11: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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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文의장 개헌 추진 드라이브에

靑, 국정운영 동력 분산 우려

여당도 “총선 앞두고 제기해야…”

#2

자유로운 영혼 유인태 사무총장

文의장과 국회 개혁 나서

상상 이상의 실험 진행될 듯

#3

김병준, 변절자 평가 있는데…

김병준 본인은 반박

“文정부가 노무현정신 잘못 이해”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들어 ‘노무현의 사람들’이 여의도 정치권의 주역으로 전면 등장했다. 한때 ‘폐족’으로 몰리며 이명박·박근혜의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준 뒤 10여년 만에 다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군이 대한민국 정계의 주류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우선 입법부의 얼굴로 문희상 국회의장 체제가 출범한 게 눈에 띈다. 보수정당의 명맥을 잇는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김병준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 영입된 것이야말로 매우 상징적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을 보필한 인사들이 중요 포스트에 위치하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된 유인태 전 의원도 노무현 청와대의 초대 정무수석이었다. 국회 지휘부를 친노 원로그룹이 접수한 것은 물론, 내달 치러질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참여정부 실세총리였던 이해찬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후보등록 끝까지 작용했다. 정가 풍경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 출신이 국회의장이 됐죠. 정권 초 국회와 청와대, 여야가 궁합이 맞을까요.

사이다 말고 탄산수(탄산수)=문 의장이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국회의 계절’인데요, 이제부터는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고 국회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 적폐청산이나 혁신, 개헌 등 모든 것의 마무리는 제도화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고요. 대통령도 내 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다, 할 말은 하겠다 이런 각오입니다.

불나방=국회 특활비를 폐지하겠다고 했어요. 국회의장이 정치 개혁의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욕인가요. 동력이 꺼진 개헌을 다시 추진하겠다고도 했죠.

올해도 가을야구(가야)=특활비는 폐지가 목표이지 당면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당초 폐지하는 게 맞다고 운을 뗐다가, 현실적으로 대폭 감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습니다. 그렇다고 공명심에 내지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의원들 스스로가 자존감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여요. 특활비를 대폭 줄이고, 개헌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 모두 청와대나 정부가 제대로 못한 일입니다. 국회가 완수하거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거나, 아니면 국민들에게 최소한 일하는 국회라는 강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문 의장의 도전은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겉궁합은 맞는데 속궁합까지 맞을지는 모를 일이란 반응입니다. 개헌 문제가 핵심으로 보여요. 문 의장은 제헌절 기념사부터 연내 개헌 추진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의회 수장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청와대로서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상황일 수 있습니다. 개헌 문제가 부상할수록 정국운영 동력이 분산될 수 있으니까요. 여당 내에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깁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제기했어야 할 개헌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든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특활비도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 등 주요 고객들이 8,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4,000억원으로 줄이겠다는 걸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지 모르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줬다 빼앗는 것 아닐까요.

문희상(왼쪽)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정세균 전임 국회의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희상(왼쪽)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정세균 전임 국회의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불나방=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졸음을 참지 않았을 만큼 거침없는 인물이죠. 당청, 국회, 여야소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까요.

가야=문 의장 기자간담회 때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 총장이 간담회가 시작하자마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더군요. 역시 자유로운 영혼의 내공이 엿보였습니다. 정계원로이자, 카리스마를 갖춘 두 분이 최전방에서 국회를 이끌 에이스로 나섰으니 어떤 식으로든 상상 이상의 실험이 곳곳에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그간 무기력하게 국회를 바라보는 이들이 한결같이 바라던 것입니다.

평생 낮술=청와대는 관록의 국회의장과 젊은 청와대의 역할 분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에요. 다만 그 반대 시나리오도 없지는 않습니다. 정권 교체를 주도한 청와대와, 국회에 더 힘을 실으려는 문 의장 간의 주도권 다툼 시나리오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장미 대선을 치른 정세균 의장과 정권교체 이후 등판한 문 의장은 필연적으로 청와대에 대한 생각에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향후 청와대와 국회의 ‘케미’가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죠.

불나방=노무현의 정신을 아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많을수록 좋다고 문 의장이 그랬는데 한국당 상황도 이에 적용되나요.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정체성은 뭔가요.

호밀밭의 세탁기=김 위원장이 변절자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을 청와대 근무 때부터 지켜봤던 사람들은 김 위원장의 생각 변화는 없다고 해요. 김 위원장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바뀐 것이겠지요. 이제는 한국당이 김 위원장의 철학을 요구하고 있는 것뿐이죠.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김 위원장 취임 인사차 방문한 한병도(가운데)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축하 난을 전달받은 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김 위원장 취임 인사차 방문한 한병도(가운데)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축하 난을 전달받은 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가야=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과거 노무현의 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네요. 가령, 김병준 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었는데요. 김 실장은 현안 관련 모든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해 사안을 꿰뚫고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회의안건 목차만 쭉 살피고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거나 회의에 불참하는 인물들도 있었답니다. 현재 청와대의 핵심 멤버 일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었구요. 결국 정책은 돌고 도는 것이라, 현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10년 전 왜 그런 정책이 나왔는지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는 게 김병준 위원장의 불만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불나방=참여정부 정책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불만인가요.

가야=결국 본인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상당수 정책에 저작권이 있는데, 애먼 선무당들이 정책의 취지를 오해해 작두를 들고 풀이나 베고 있다는 인식인 거지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갈고 닦은 내공은 무시할 수 없어 보여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확고한 정치적 지향점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게 이해가 되죠. 제1야당의 대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 잘만 하면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한국당 의원들도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할 때 구원투수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그의 자격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불나방=친노 김병준이 한국당을 수술한다? 친박 친이 인물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적쇄신한다는 것이지요. 청산의 기준이 ‘신념’과 ‘정책’이라고 했는데.

여의도 구공탄=과거 기준으로 인적 청산은 안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신 자신이 중심이 돼 만든 새로운 당의 노선과 가치를 따를 수 없는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얘기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추후 당내에 피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찍고=인적 청산 기미만 보여도 의원들이 들고 일어날 테고, 김 비대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없는 만큼 흔들면 흔들릴 수밖에 없죠. 결국 인적 청산보다는 당 이미지 개선이나 정체성 확립 등에 방점을 찍지 않겠느냐는 게 안팎의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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