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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의 과격한 남성혐오 전략, 페미니즘에 역효과 초래”

입력
2018.07.20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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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차별을 반대하며

소수자와 ‘연대의 정치’ 펼쳐

워마드는 ‘구분의 정치’로 가”

“워마드, 온라인 공간 중 하나

페미니즘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캡처

과연 워마드는 ‘페미니즘’의 공간일까? 그리고 웜들은 페미니스트일까? 이들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이들의 의견은 각각이다.

페미니스트 철학자로 활동중인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마드를 두고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논쟁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차별에 반대하고 소수자와 연대하는 ‘연대의 정치’지만 현재 워마드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구분의 정치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동시에 “워마드의 입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워마드의 행위에 흠집을 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악순환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학계에서도 워마드의 실체를 해석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김선희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여성철학회 학술대회에서 ‘혐오담론에 대응하는 여성주의 전략의 재검토’라는 발표를 통해 “워마드의 ‘혐오 미러링’은 단순히 여성혐오의 모방이 아니라 여성주의 전략으로 봐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자연히 혐오전략이 갖는 한계와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부장제문화 때문에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 전략이 의도한 효과를 낳지 못하며 ▦혐오전략이 여성혐오 내지 여성의 자기혐오로 귀결되고 ▦불의를 정당화할 수 없듯이, 혐오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폭력에 대항하여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가’라는 오래된 논쟁을 언급하면서 “혐오를 정당화하지 않는 것, 전략으로서의 혐오 미러링이라 할지라도 여성주의 가치가 허무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에게 워마드에 대한 분석을 요청하는 것 차제가 워마드에 과잉 대표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학 연구자인 김선혜 박사는 “워마드는 수많은 온라인 공간 중 하나일 뿐“이라며 “2018년도 한국의 페미니즘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도, 여성인권과 관련한 중요한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워마드의 특정한 행위들이 페미니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각자에게 있는 것이며 그 정도의 분별 능력은 각자가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페미니즘 역량의 척도”라고 일갈했다.

워마드를 굳이 페미니즘의 영역 바깥으로 밀어내려 시도하거나 애써 페미니즘임을 부정할 이유 역시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설득의 언어’를 사용했던 이전 페미니즘의 여러 실패를 경험하고 ‘정제된 언어’로만 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 나온 것이 워마드”라며 “미러링의 언어를 사용해 새로운 여성서사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서로 임파워링(empowering), 즉 ‘자기긍정에너지’를 획득해내는 것이 워마드의 또 다른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윤김 교수는 “워마드는 페미니즘의 가장 강경노선일 뿐이지, 이에 과잉대표성을 부여함으로써 페미니즘 자체의 동력을 꺾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워마드에 상주하며 가장 과격하고 극단적인 것들을 연일 보도해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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