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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이는 뜨거운 차 안에서 발버둥치다 죽어갔다

입력
2018.07.19 11:24
수정
2018.07.19 13:17

17일 오후 4시50분쯤 경기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김모(4)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침에 등원했다가 9인승 승합차에서 내리지 못해 7시간 넘게 방치된 것이다. 인솔 교사, 운전 기사는 맨 뒷자리에 앉았던 아이가 차 안에 남아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지역 낮 최고기온은 32.2도였다. 여름철 주차 중인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50~80도에 달한다.

김양의 외할머니 A씨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김양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당시에 아기가 팔이 틀어져 있더래요. 뼈를 다 맞춰서 영안실에 똑바로 눕혀놨대. 몸부림을 친 거 같아. 안전벨트는 못 풀지 저 혼자 반항을 하다가 열기는 뜨거워지지. 얼굴이 막 데이고, 시퍼렇고….”

A씨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은 외진 곳에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주차장은 안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해 아이가 아무리 소리를 질렀다고 해도 어린이집에서 절대 들을 수 없는 구조다.

김양이 17일 숨진 채 발견된 동두천의 어린이집 통학차량. 김양은 아침에 등원했다가 차 안에 7시간 가량 방치됐다. 인솔 교사와 운전 기사는 맨 뒤에 앉았던 김양이 하차하지 않은 것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김양이 17일 숨진 채 발견된 동두천의 어린이집 통학차량. 김양은 아침에 등원했다가 차 안에 7시간 가량 방치됐다. 인솔 교사와 운전 기사는 맨 뒤에 앉았던 김양이 하차하지 않은 것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A씨는 손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한 열흘 전에 (내가 살고 있는 철원) 시골에 와서 감자를 캤어요. ‘할머니랑 둘이 감자 나르자’ 그러면서 내가 감자를 담아주면 자기가 소쿠리 갖다가 쏟고, 그게 밤새 눈에 선한 거야. ‘할머니 됐어 됐어’ 그러면서 좋아서 깡총깡총 뛰어다니면서….” A씨는 김양의 부모가 극심한 충격으로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길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 광주의 유치원생이 같은 일을 겪어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등 여름철 어린이 차량 방치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2015년 이른바 ‘세림이법’이 시행돼 통학차량 인솔 교사 동승, 아동 하차 후 인솔 교사와 운전자의 빈 차 확인 등이 의무화됐지만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 허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방송을 통해 “법은 강화됐지만 정작 법을 지켜야 할 운전자, 인솔자들의 의식과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솔 교사가 동승했지만 아이들이 차에서 다 내렸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는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어린이 안전을 위해 부모, 운전자, 인솔 교사, 시설장이 교차로 확인하는 시스템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등을 제안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통학버스 맨 뒤에 있는 체크 버튼을 반드시 누르게 하는 제도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비상벨이 작동한다. 운전자가 꼭 차 안을 다 살피라는 취지인데, 미국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도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등이 아이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차의 시동을 끄고 문을 닫을 경우 경보가 울리는 장치를 통학버스에 의무 장착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무소속 손금주 의원 등이 미취학 아동을 차에 방치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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