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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30개월 넘게 버려진 캐나다 총리관저

입력
2018.07.16 17:30
수정
2018.07.16 19: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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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탓 설비 보수 필요하지만

시민 반발 우려 세금 지출 꺼려

캐나다 오타와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에 위치한 총리 관저. 캐나다 국가수도위원회(NCC) 캡처
캐나다 오타와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에 위치한 총리 관저. 캐나다 국가수도위원회(NCC) 캡처

한국의 청와대와 미국 백악관, 영국 런던 다우닝 10번가 등은 국가 원수인 대통령 또는 의회제 정부 행정수반인 총리의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의 이름이다. 같은 개념으로 캐나다에는 수도 오타와의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가 있다. 하지만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는 2년6개월 넘게 비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일가는 그곳이 아닌, 몇 구역 떨어진 리도 별장에 거주하고 있다. 1868년 지어져 1951년부터 공식적으로 총리 관저로 쓰고 있는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 건물이 기본 설비 보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의 총리 관저가 30개월 이상 버려져 있는 사연을 보도했다. 2015년 취임 당시 노후한 관저 배관과 전기 시설 등 내부 설비 보수가 완료될 때까지 다른 거처에서 머물겠다고 밝혔던 트뤼도 총리는 최근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도 입주하지 않을 뜻을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어떤 총리도 관저 유지 관리에 납세자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야당인 보수당은 트뤼도 총리가 최근 퀘벡주 해링턴 호수 인근의 총리 별장을 보수한 것을 비롯해 총리 관저 관련 예산 지출을 비판해 왔다.

캐나다 총리 관저는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51년 대대적 보수를 한 차례 거친 이래 전면적인 보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전 총리들도 세금 지출에 대한 일반 대중의 반발을 우려해 관저 보수를 주저해 왔다. 2008년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총리 관저는 대대적 보수 공사가 시급하다는 진단과 함께 보수 비용이 총 1,000만캐나다달러(약 8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방이 35개인 관저는 구석구석이 노후한 상태로 배관이 낡아 물이 새고 있다. 내장재 중에는 인체 유해 성분이 함유돼 사용이 금지된 석면이 포함돼 있다. 화재 대비용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다.

앞으로 총리 관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 건물과 해링턴 호수 별장 등을 소유한 캐나다 연방 기관 국가수도위원회(NCC)는 “서섹스 드라이브 24번지의 역사적, 상징적 중요성 등을 고려해 안전과 지속 가능성, 유산 보존의 요소를 모두 반영한 미래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건축가 배리 파돌스키는 “총리 관저는 캐나다 문화유적지 명부 상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건물로 분류돼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의 소명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이 건물이 민간 주거지가 될 수도 있지만 총리 관저로 남거나 정부 휴양지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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