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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벌까지 손댄 면대약국... 권리금 수십억에도 목만 좋으면 ‘대박’

입력
2018.07.18 04:40
수정
2018.07.18 10:4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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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들, 불법 알면서 면허 대여 

 의약분업 후 처방전이 주 수입원 

 약국 개설 못하는 젊은 약사나 

 은퇴한 고령의 약사들이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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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하고 치밀한 ‘면대약국’ 

 대학병원 앞 月임대료 수천만원 

 “건물주 등 실제 주인” 의혹에도 

 5년새 적발된 기관은 88곳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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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관 개입” 제보 이어져 

 재단 부지에 약국 개설해 의심 

 하반기부터 ‘특별사법경찰’ 활용 

 대학병원 문전약국 등 집중조사 

면대약국 적발건수와 금액. 송정근 기자
면대약국 적발건수와 금액. 송정근 기자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대형약국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면대약국(면허대여약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황금알 낳는 거위’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대형병원 앞 약국 일부가 면대약국이라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당국도 단속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면대약국은 서류상으로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주인 행세를 하지만 실제 주인은 일반인인 약국이다. 약사 또는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약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병원으로 치면 ‘사무장병원’과 비슷하다. 주로 개설 자금을 투자한 일반인이 면허를 대여해 준 약사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발생한 수익을 가져가거나, 약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이득의 일정지분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운영된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약사들이 면대약국의 유혹이 넘어가는 것은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서울 강북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약대를 졸업하고 돈이 없어 약국을 개설하지 못한 젊은 약사나, 약국을 차렸다가 도산했거나 은퇴한 고령 약사들이 면대약국을 하려는 이들의 타깃”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악질 업자에게 면허를 대여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면대약국에 고용된 약사가 자기 명으로 억대 약을 구입했는데 자신을 고용한 업자가 이 약을 처분하고 야반도주해 피해를 입은 약사도 있다”면서 “면허를 대여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 하소연도 못하고 파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문전약국, 보증금만 수십억원 

면대약국은 의약분업 전에도 존재했지만, 의약분업 실시 후 처방전이 약국의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대형병원 앞이나 개원의들이 몰려 있는 목 좋은 곳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는 “약국 수입의 80% 이상이 처방전 수입이라, 병원 인근에 좋은 자리만 선점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하루 1만명 이상 외래환자가 몰려 한 달에도 수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서울의 유명 대형병원 앞 약국들 중에는 면대약국이 많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미 최고의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 약국 자리를 인수하려면 권리금만 수십억원에 월 임대료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인근 약국 약사들의 전언이다. 실제 2016년 말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문전약국 2곳이 매물로 나왔을 때 권리금 호가가 70억~100억원까지 치솟았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다. 영남권 모 의대의 문전약국도 보증금 20억원에 월세가 4,000만원 이상에 달한다고 인근 약국 약사들은 귀띔했다. 일반 약사는 이 정도 큰 자본이 없기 때문에 병원 앞 건물주나 의약품도매상 등 자금이 풍부한 일반인이 실제 주인인 면대약국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면대약국은 실제 주인과 고용 약사 사이에서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고발이나 수사를 통하지 않으면 좀처럼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드물게 구체적인 제보와 건강보험공단의 조사 등을 통해 2013~2017년 사이 면대약국 혐의로 적발된 기관은 88곳으로, 적발로 인해 환수가 결정된 금액도 2,600억원대에 달한다.

 학교 재단 소유 부지에 개설된 약국, 면대약국 의심 

최근에는 조 회장 경우처럼 도매상이나 건물주 등이 아닌 의료기관이나 학교법인이 직접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늘고 있다. 인하대병원 측은 조 회장 사건과 병원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인하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인 조 회장이 이사장 권한을 이용해 병원 인근에 면대약국을 개설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대학약사회의 ‘의료기관 부지 내 불법 약국개설 관련 건’ 문건에 따르면 약사회는 지역 약사회 등의 제보를 통해 서울 금천구의 모 병원과 영남권 대학병원 2곳 등 총 3곳의 재단 소유 부지에 약국이 개설돼 면대약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건보공단에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시설 안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데, 병원 부지는 아니지만 병원 인근에 재단이 매입한 건물 등에 약국을 개설한 것이어서 재단측이 실소유주인 면대약국으로 의심이 된다는 것이다.

제보가 이어지자 당국도 적극적 수사에 나섰다. 원인명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병원이나 대학 재단이 소유한 부지에 면대약국이 개설됐다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어 대형병원 인근 문전약국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행정조사는 압수수색권이 없어 면대약국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올 하반기부터 보건복지부에 도입된 특별사법경찰을 활용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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