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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 만원’ 정말 사라지나?... 업계선 “없어지기 힘들 것”

입력
2018.07.14 13:00
수정
2018.07.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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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 만원' 묶음 판매를 하는 편의점의 수입 맥주. CU 제공
'4캔 만원' 묶음 판매를 하는 편의점의 수입 맥주. CU 제공

맥주 과세 체계 변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4캔 만원’ 행사 가격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4캔 만원’ 묶음 판매 행사는 계속 될 것이라는 게 국산ㆍ수입 맥주업체와 유통업체 다수의 의견이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의 출고(국산 맥주)나 신고(수입 맥주)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從價稅) 방식을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 모두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최근 국세청도 기재부에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을 건의한 상태다.

주세 개편에 대한 논의는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산 맥주 업체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포함한 가격을 과세표준액으로 삼고 그에 따라 주세(과세표준액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세(과세표준액+주세+교육세의 10%)를 더하면 출고가격이 나온다.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액이 580원일 경우 출고가는 1,235원이 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에 관세(0~30%)를 더한 가격이 과세표준액이 된다. 국내로 들여온 후 붙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같은 무관세 지역 수입 맥주를 실제 수입 가격에 상관 없이 200원에 수입했다고 신고할 경우 426원이 출고가가 된다. 소매점에서 ‘8캔 만원’ 수입맥주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체계. 강준구 기자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체계. 강준구 기자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리터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안이 유력하다.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경우 리터당 평균 835원 가량의 주세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세로 바꾼다 해도 가격 인하 요소가 크지 않다. 국산맥주 업체 관계자는 “리터당 850원의 주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현재 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국가별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수입 맥주는 나라별로 주세 차이가 컸다. 국내에 가장 많은 양이 수입되는 일본 맥주는 리터당 평균 972원의 주세를 냈고, 수입 2위 국가 중국 맥주는 757원을 냈다. 이밖에 영국 제품은 1,349원, 아일랜드는 1,301원, 프랑스는 807원, 독일 752원, 미국 628원, 벨기에 589원, 네덜란드 540원 등이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관세청에 보고된 전체 수입액과 수입중량만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어서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4캔 만원’ 맥주들은 사라질까. 국산맥주 제조와 해외맥주 수입을 병행하는 A사 관계자는 “일부 수입 맥주는 몇 백원 오를 수 있고 일부 수입 맥주는 몇 백원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한 가격 차이는 현재 판매되는 ‘4캔 만원’ 맥주 사이에도 있다”며 “최종 판매가격을 정하는 것은 수입업체가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이고 이들이 그 정도의 가격 변화 때문에 ‘4캔 만원’ 묶음 판매를 포기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4캔 만원’이 수입맥주 업체의 시장 확대와 유통업체의 고객 유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프로모션 행사이기에 쉽사리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과세 체계가 바뀌면 ‘4캔 만원’ 행사에 포함되는 상품 구성이 달라질 순 있다”면서 “고가 프리미엄 맥주의 가격이 내리고 2,000원 미만의 저가 맥주 가격이 오를 수 있으며 일부 제품은 ‘4캔 만원’ 구성에서 추가되거나 제외될 수 있어 수입업체별로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입맥주 4캔 만원’ 묶음 상품은 유통업체들이 매장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판매하는 대표적 미끼상품이다. 이윤을 최소화하더라도 가성비 좋은 맥주로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인 뒤 다른 상품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통업체 B사 관계자는 “수입맥주 ‘4캔 만원’이 이미 소비자들에게 일반적인 가격으로 마치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약간의 가격 변동이 있다고 ‘4캔 1만2,000원’ ‘3캔 1만원’ 식으로 올리면 가격 저항과 소비자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 주세 부과 방식이 바뀌면 가장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큰 제품은 350㎖ 병당 4,000~5,000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맥주와 500㎖ 캔당 1,500원 안팎의 저가 수입 맥주들이다. 용량에 따라 일정한 주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저가 맥주는 출고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반면 원료비, 인건비 등이 많이 투입돼 과세표준액이 일반 맥주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국산 수제맥주와 수입 원가가 비싼 해외 프리미엄 맥주의 가격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일부 유럽산 맥주를 국내에 수입하는 업체는 주세가 리터당 850원가량으로 부과될 경우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맥주 세제 개편 움직임에 대해선 업계 내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산 맥주 업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반면 소규모 업체들이 대부분인 수제맥주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세법 체계로 기형적인 구조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종량세를 도입해 수제 맥주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종량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새롭고 품질 좋은 맥주를 선보이고자 노력하는 수제맥주의 철학과 맞기 때문”이라며 “맥주 시장에서 1%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는 수제맥주업체가 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종량세가 도입되면 주세 부담 완화로 고용 창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맥주 수입업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한국주류수입협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로의 개편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며 “종량세로 바뀌면 수출 원가와 관계 없이 리터당 세금이 같아 일부 해외 공급자가 원가를 올릴 수 있고, 원가 상승은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또 해외 맥주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은 더 커지지만 대기업은 국산 맥주의 세제 해택뿐 아니라 고가 수입 맥주의 주세 부담 감소로 이중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종량세로의 전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장기적 관점으로 방향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지향점을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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