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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쌍용차 해고자 訴 취하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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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소송 취하 의견서 제출
경찰 개혁위 권고에도 진전 없어
2심 판결까지 이미 나온데다
배상금 못 받으면 배임 가능성
통치행위나 입법으로 해결해야
문 대통령, 마힌드라 회장 만나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0일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언급하며 수년간을 끌어온 해고자 복직 문제에 새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고자들 사이에선 정작 복직만큼 절박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에 좀처럼 진전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의지대로 할 수 없는 해고자 복직과 달리, 소송 취하는 정부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송 취하를 하지 않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12일 노동계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쌍용차 해고자 100명과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배상액은 지연이자 탓에 날이 갈수록 불어 최근엔 2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2009년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77일간 평택공장점거 파업을 벌였다. 이후 정부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해고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2016년 5월 해고자들에게 정부에 11억3,072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후 해고자들에게 들어온 가압류 조치는 이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고자 고 김주중씨의 경우 항소심에서 배상 책임이 110만원으로 제한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더 배상을 해야 한다며 상고에 나서 상당한 소송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게 조합원들의 말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정부에 대승적인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국가손해배상청구 대응모임’은 지난해 법무부에 소송 취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고, 이달 5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같은 요청을 했다. 경찰 개혁위원회 역시 지난 5월 쌍용차 소송 등과 관련해 단순 참가자나 불법 행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민사 책임을 묻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소송 취하는 경찰청이 요청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가능하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라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정부가 낸 34억여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국무회의 의결로 철회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쌍용차 소송은 취하가 여의치 않다는 게 정부 고민이다. 경찰청 송무계 관계자는 “쌍용차 소송은 이미 대법원에 가 있어 경찰 개혁위가 권고한 대로 합의나 조정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면서 “소송을 취하해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점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강정마을 구상권 소송 철회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법무부 국가송무과 관계자는 “1심 판결이 나기 전이었고 피해의 성격도 공사 지연에 따른 간접 피해였던 강정마을 소송과 달리, 쌍용차 사태는 2심 판결까지 나오고 물리적 충돌에 따른 구체적 피해가 있었던 만큼 소송 취하가 훨씬 어렵다”면서 “실무자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 고도의 통치행위나 입법으로 해결할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지난 10년간 끌어온 사회적 문제를 매듭 짓는다는 점에서 사회통합 효과 등 전반적인 이익이 손해를 상쇄할 수 있어 배임으로 보기 어렵고 관련 판례도 있는데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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