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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g 사랑이의 기적… 초미숙아 169일 만에 3㎏ 자라 가족 품으로

입력
2018.07.12 11:12
수정
2018.07.12 18:52
14면

수술 없이 모든 장기 정상 성장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

26번째로 작은 아기 등재 예정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제공

체중 302g, 신장 21.5cm. 국내에서 가장 작은 이른둥이(초미숙아)가 출생 후 169일간 집중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ㆍ김애란ㆍ이병섭ㆍ정의석 교수)은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 지 6개월 만에 302g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이사랑(5개월ㆍ여) 아기가 169일 간의 신생아 집중 치료를 마치고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사랑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다.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랑이는 전세계에서 26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사랑이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지만 임신중독증으로 임신 24주 5일 만인 올 1월25일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사랑이는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나왔지만 심장수술이나 장 수술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으로 성장해, 500g 미만으로 태어나 치료받고 있는 초미숙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일반적으로 1㎏ 미만의 몸무게로 태어나는 미숙아들은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 상태다. 이로 인해 출생한 직후부터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태변 장폐색증 및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의 미숙아 합병증을 앓게 되며, 재태기간과 출생 체중이 작을수록 이들 질환의 빈도는 높아지고 중증도 또한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제공

체중이 302g 불과했던 사랑이는 폐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고, 기관지 내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 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는 등 생존 활동이 어려웠다. 태어난 지 일주일이 경과했을 때 몸속에 머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져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사랑이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한 엄마와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배달한 아빠의 정성으로 미숙아 괴사성 장염에 걸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다. 의료진과 부모의 헌신적 노력으로 사랑이는 600g 정도까지 자라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단 한 번의 수술 없이 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며 지금은 어느덧 3㎏의 건강한 아기로 성장했다.

사랑이 엄마 이인선(42)씨는 “남편의 생일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게 된 첫 아이인 만큼 가족들 모두 사랑이가 태어난 후 단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중환자실 의료진 모두가 사랑이의 아빠, 엄마가 되어 사랑이를 헌신적으로 보살펴준 결과”라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사랑이 주치의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300g 정도 체중의 초미숙아가 단 한 차례의 수술을 받지 않고도 모든 장기가 정상이고, 미숙아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뇌실 내 출혈 또한 없이 온전한 생존을 이룬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사랑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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