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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탈북’ 의혹 여종업원 북송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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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사 실익 없어 고육책
“송환 의견 달라 북송 어려워”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 소재 북한식당(류경식당)에서 일하다 2년 전 집단 탈출한 종업원들의 거취 문제를 놓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줄곧 의혹 상태였던 ‘기획 탈북’ 정황을 유엔의 북한 인권 당국자가 일부나마 사실로 확인하면서다. 탈북 경위가 정치적 목적에 따른 전 정부의 사실상 ‘납치’로 드러나도 현실적으로 북송은 어렵다는 게 정부 고민이다.
일단 정부는 유엔 측이 제기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여종업원들은 자유 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뷰한 종업원 중 일부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납치된 거라면 범죄로 간주돼야 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이제 와서 진실을 규명해 본들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가 종업원들을 속여 데려왔든 아니든 결론을 내려 취할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했다. 탈출 과정에 불순한 강제나 기만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전 정권이 벌인 일이어도 ‘국가 납치’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국가 위신이 깎이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더욱이 북한의 거센 해당 탈북자 북송 요구에 우리 정부가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반대로 지금 같은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자발적 탈출’로 못박는다면 ‘강제 납치’라는 전제 하에 북한당국이 온전히 놔뒀던 탈북자들의 재북(在北) 가족들이 위험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소식통 설명이다.
탈북 경위와 무관하게 북한이 남북관계를 볼모로 요구 중인 ‘일괄 북송’을 정부 입장에서 들어주기도 힘들다. 보호 대상인 자국민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북한)에 송환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탈북 종업원 12명의 송환 관련 의견이 한결같지도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 전언이다. 어떤 식으로 들어왔는지와 상관없이 이미 결혼 등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해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만 돌려보낼 수도 없다. 이 역시 남측에 남는 종업원의 재북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서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진의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단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족 걱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북한행을 택하는 최악의 반(反)인권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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