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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파는데… 부동산 사들이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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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2000억대 부지 매입
고양-창원시 등 전국서 사들여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육성에 전력
롯데-홈플러스 등은 점포 축소
매각 후 재임대, 리츠로 활용
신세계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육성을 위해 전국 주요 상권의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불황을 맞아 점포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다른 유통회사들과는 180도 다른 행보여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매장 건설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인천 청라, 경기 안성, 경남 창원 등에서 부지를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이미 문을 연 스타필드 경기 하남과 고양 부지도 신세계프라퍼티 소유다.
땅을 사고 건물 등을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은 외부 투자금을 적극 활용했다. 총 1조원이 들어간 스타필드 하남 개발에선 글로벌 쇼핑몰 운영사인 ‘터브먼’의 자회사인 ‘터브먼 아시아’가 절반 정도 돈을 댔다. 7,7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던 스타필드 고양엔 국민연금 산하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사모펀드가 자금의 49%를 투자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청라, 안성, 창원에선 땅 매입 자금으로만 3,750억원을 썼다.
신세계그룹은 부지 매입 주체인 신세계프라퍼티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지난 2014년 이후 5년에 걸쳐 모두 9,730억원을 유상증자 했다. 현재까지 스타필드 개발을 위해 그룹 내부에서 약 1조원, 외부에서 8,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신세계의 이런 공격적 투자는 최근 점포와 부동산을 적극 매각 중인 다른 유통업체와는 사뭇 대비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4년 이후 주요 백화점과 마트 점포를 우선 매각한 뒤 다시 빌려 쓰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처분하고 있다. 당초 롯데쇼핑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백화점ㆍ마트 등 약 18개 점포를 리츠(부동산투자신탁)에 팔아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시키려 했으나 시장 사정이 여의치 않자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 방식으로 백화점 5곳과 마트 17곳을 정리해 총 2조81억원의 자금을 손에 쥐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경기 안양점 등 영업이 부진한 수도권 일부 점포 매각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도 연내 40개의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조8,000억원 규모의 리츠를 설립해 상장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2016년 홈플러스 5개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랜드도 뉴코아 아울렛 일산 등의 부동산을 기초로 한 리츠 ‘이리츠코크렙’을 지난달 상장시켜 790억원대 자산을 유동화했다.
신세계를 뺀 다른 유통사들이 점포ㆍ부지 정리에 나서는 건 장기화 되는 유통업계 불황 때문이다. 롯데와 이랜드의 경우, 높은 부채비율과 점포 효율화 등을 감안해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MBK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점포를 적극 매각하고 있다.
업계에선 다른 회사들이 부동산을 매각하는 사이, 공격적 부동산 투자로 ‘스타필드’를 주력 유통채널로 키우려는 신세계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향후 신세계그룹이 유통업계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스타필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 낼 경우, 막대한 외부 투자금이 향후 신세계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통 관련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신세계의 공격적 부동산 투자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마트 점포를 내기 위해 전국 주요 부지를 사들이던 모습을 연상시킨다”며 “스타필드가 이마트를 대체하는 주력 유통채널로 부상할 경우 신세계의 제2 전성기가 도래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떠 안게 될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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