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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냐 회생이냐… 살생부 앞에 선 대학들

입력
2018.07.11 04:40
수정
2018.07.11 08: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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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개大 기본역량 2단계 평가

내일까지 평가보고서 제출

정원 감축ㆍ재정 지원 제한 선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대학은 2015년 1주기 구조개혁 평가 때 나왔던 지적 사항을 다 보완해서 지난해 재정지원제한이 풀렸어요. 그런데 1년 만에 또다시 위기에 놓이니 영문도 모르겠고 답답합니다.”

수도권 소재 A전문대 총장은 전 직원이 한 달째 주말 없이 출근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2단계 평가 보고서를 준비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1단계 평가 결과에서 A전문대는 정원 감축 없이 정부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예비)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했다. 2단계 평가에서 순위를 뒤집지 못한다면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현행 대학체계 경쟁력을 제고하고 부실대학을 걸러내기 위한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의 2단계 평가가 곧 시작된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대 40개교와 전문대 46개교는 각각 11일과 12일까지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2단계 평가대상 대학들은 한 달 내내 밤샘준비를 했지만 스스로도 ‘회생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예비자율개선대학 중 일부가 부정ㆍ비리로 큰 폭의 감점을 받지 않는 이상 순위 변동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어느 대학이 탈락하지 않는 한 구제가 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반전을 노리려 해도 1단계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준비도 쉽지 않다. 2단계 평가지표는 ▦전공ㆍ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 및 기여 ▦운영 건전성 등으로 사실상 1단계 지표 중 일부를 재평가하는 것인데 각 대학이 받은 성적표에는 점수만 있을 뿐 감점요인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경상도 소재 B대학 기획처장은 “문제점을 모르니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쓴다는 심정으로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모든 요소를 보완했다”고 말했다.

1단계 평가의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대학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들은 이번 역량진단이 각 대학의 특수성과 지역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평가잣대를 썼다고 하소연한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우리는 해양분야 특성화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는데 다른 종합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교양과목 수를 평가하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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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한 달째 주말 없이 출근”

특수성 고려 없는 잣대 하소연

1단계 탈락 87% 지방대도 불만

특히 지방대의 불만은 상당하다. 1단계 평가결과 수도권 소재 평가대상 일반대 57개교 중 52개교(91.2%)가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고 탈락대학 40개교 중 87.5%(35개교)가 지방대였다. 지역 배려 명목으로 실시한 ‘권역별 평가’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원지역 B대학 기획처장은 “공정성을 위해 수도권 출신 평가위원들이 지방대를 평가했다고 하는데 여건 좋은 대학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볼 때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2차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에 권역별 평가항목 조정 및 자율개선대학 선정비율 확대 등 정책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러나 평가과정의 형평성이나 수도권ㆍ지방대간 편차 등은 최종 평가 이후에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매번 새 기준에 따라 줄세우기식 구조조정을 하면 대학들도 수긍하기 어렵다”며 “교원확보율 등 대학 교육여건 관련 법정기준을 평가요소로 삼아 평소에 부실 대학을 제재하고 개선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박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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