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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체 옆엔 굶은 개가… 불법 사육장 참혹

입력
2018.07.10 04:40
수정
2018.07.10 0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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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시 불법 사육 현장 가보니 

 곰팡이 핀 쓰레기와 배설물 가득 

 해충 들끓고 악취도 진동해 

 240여마리 중 142마리 보호조치 

경기 하남시의 불법 개 사육장에서 개 한 마리가 개 사체와 분뇨, 썩음 음식이 가득 쌓인 철장 에 갇혀 방치돼 있다. 케어 제공
경기 하남시의 불법 개 사육장에서 개 한 마리가 개 사체와 분뇨, 썩음 음식이 가득 쌓인 철장 에 갇혀 방치돼 있다. 케어 제공

“개 수십 마리가 굶어 죽어 나갔다. 가장 끔찍한 동물 학대 현장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지난달 말 경기 하남시의 한 재개발지구 내 불법 개사육장에서 확인한 동물학대 현장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사육장 안은 개 사체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썩은 음식과 분뇨가 뒤범벅이 돼 지옥 같은 사육 환경이었다. 6.6㎡도 안 되는 비좁은 철장(70여개)에 갇혀 학대 받은 개들만 200여 마리가 넘는다.

이은영 케어 활동가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개들이 사체 옆에서 함께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며 “사육장 내부엔 곰팡이 핀 음식물 쓰레기와 20㎝이상 쌓인 배설물들로 개들이 발 디딜 공간도 없었다. 해충이 들끓고 악취가 진동했다”고 당시 사육장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9일 오전 찾아간 하남시 감이동(감일택지개발지구) 불법 개사육장엔 버려진 냉장고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악취도 진동했다. 큰 도로에서 좁을 길을 따라 1㎞ 더 들어가야 나오는 외부와는 단절된 곳이었다. 사육장에 한발 더 들어서자 학대의 참혹함을 보여주듯 앙상한 골격만 남은 개들이 놀라 짖기 시작했다. 동물보호단체가 5일 홈페이지 등에 학대 실태를 고발하고 긴급 구조에 나선지 4일이 지났지만, 당시의 참혹함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개 사육장으로 쓰인 비닐하우스가 하늘이 다 보일 정도로 지붕 등이 다 뜯겨 나간 채 방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개 사육장으로 쓰인 비닐하우스가 하늘이 다 보일 정도로 지붕 등이 다 뜯겨 나간 채 방치돼 있다. 이종구 기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애견들이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철장 안에 갇혀 있다. 케어 제공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애견들이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철장 안에 갇혀 있다. 케어 제공

이곳에서 만난 하남시의 한 공무원은 “개들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음식과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무척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케어와 하남시에 따르면 이곳에 사육장이 불법으로 들어선 건 5년 전쯤부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불법으로 개고기를 팔다 퇴출된 성남 모란시장 상인 등 60명 가량이 보상을 노리고 일명 ‘알박기’ 식으로 개들을 사육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육장엔 전체 240여 마리 중 현재 142마리만 남아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생명이 위급한 개 32마리는 동물병원 등으로 긴급 구조됐다.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20여 마리의 사체도 발견됐다. 대형견 46마리는 개 주인이 지난 6일쯤 새벽 몰래 빼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단체는 하남시가 개 주인과 개들을 격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출입을 막는 펜스 설치를 너무 늦게 해 일부 개들이 반출됐다며 시의 대처를 비판했다.

학대한 개들의 소유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는 지난 3일 ‘개들에 대한 소유자 확인 공고’를 내고, LH로부터 넘겨 받은 인적 사항을 토대로 개 소유주로 추정되는 8명을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시는 이달 중에 개 사육장 폐쇄조치와 함께 남은 개들을 보호조치 할 방침이다.

사육장이 있는 감일지구의 개발 주체인 LH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의 한 공무원은 “재개발ㆍ택지지구 내에서 보상을 노린 동물 사육 문제가 계속되는데도, LH가 비용문제로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보상을 노린 동물을 이용한 사육행위를 아예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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