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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시위 주최 모임서 ‘내부고발’… “혐오발언 있었다”

입력
2018.07.09 16:20
수정
2018.07.09 17:22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손팻말을 들고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손팻말을 들고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차 혜화역 시위를 주도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의 일부 운영진이 주최 측을 내부고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최 측이 자신들을 운영진에서 일방적으로 쫓아냈고, 남자 유아 등을 상대로 혐오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불편한 용기’에서 언론대응을 맡아오다 최근 운영진에서 퇴출된 ‘대외팀’ 멤버(30명 규모)들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총대(대표) 중심의 운영 ▦수직적 의사결정구조 ▦혐오발언 등 ‘불편한 용기’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앞서 ‘불편한 용기’ 운영진은 지난달 28일 카페 공지 글을 통해 “친목 등으로 조직 분위기를 흐렸다”며 대외팀 해체를 발표했다.

대외팀 해체 이유로 거론된 ‘친목’은 일부 사람끼리 어울려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행위를 뜻하는 온라인 용어다.

대외팀은 먼저 주최 측이 공지 글에서 언급한 해체 이유 중 하나인 ‘정치권, 운동권 및 특정 정당 가입’에 대해 “연대하거나, 가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남성을 시위에 참여시키자고 주장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외팀은 “(시위 참여 조건 중 하나인)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염려를 표했을 뿐, 남성을 시위에 참여시키자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해당 단어(생물학적 여성)가 혐오 표현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아 이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편한 용기’는 시위 참여 조건 중 하나로 ‘생물학적 여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 트랜스젠더 등은 원칙적으로 시위에 참여할 수 없다.

대외팀은 ‘불편한 용기’가 외부 인식과 달리, 대표인 ‘총대’ 중심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총대가 대외팀에 시위와 관련한 모든 사안의 파악을 원하면서 ‘상사-부하’ 같은 수직적 구조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일어나자 멋대로 내부 규칙까지 바꿨다는 게 대외팀의 주장이다. 대외팀은 “시위의 운영이 수평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며 “언제든 총대 및 일부 관리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내규가 추가되거나, 특정 팀원이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고 했다.

대외팀은 내부 회의 때 혐오 발언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대외팀은 시위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아들을 둔 기혼여성의 시위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회의를 벌였으나, 몇몇 운영진들이 “(한남) 유충은 진입금지다”, “(남자는) 유치원생만 되도 성범죄를 일으킨다”, “애초 기혼여성은 (시위에) 오지도 않을 것이다” 등의 혐오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외팀은 혐오 발언의 증거로 당시 오픈카톡방의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대외팀은 “(우리는 당시) 외부 시선, 여론 악화를 우려하여 혐오 표현으로 비치는 워딩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전체방(회의방) 분위기는 과열됐다”며 “그 결과,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아이를 동반한 어머니들의 시위 참여를 권유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대외팀 입장문 전문
대외팀 입장문 전문

대외팀은 이외에도 운영진들이 자신들에게 ‘명단관리’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총대(대표)만 빠진 카톡방을 만들자 ‘친목’한다는 이유로 운영진에서 일방적으로 퇴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불편한 용기’ 기존 운영진은 이날 ‘(구)대외팀 입장문에 따른 운영진 입장표명’이란 글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반박했다. 기존 운영진은 “대외팀은 친목으로 퇴출당한 것”이라며 “우리 시위의 스탠스(입장)를 변질시키려 했다”며 폭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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