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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 입지, 용꼬리보다 뱀머리가 낫다

입력
2018.07.10 04:40
수정
2018.07.10 09: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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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지하서 출발, 상가 투자로 수십억대 자산 

 노하우 전수 수업에 수강생 300여명 

 #2 

 상가는 양극화 점점 심해져 

 지역에 폐업 늘수록 1등 점포가 이득 

 음주 감소 추세… 유흥가 2, 3층 피해야 

김종율 보보스 부동산연구소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보보스 부동산연구소에서 상가 투자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종율 보보스 부동산연구소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보보스 부동산연구소에서 상가 투자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예쁜 건물이나 간판빨에 속지 말라. 1등 상권에서 후순위 입지 상가를 선택하기 보다 인기 없는 상권이더라도 1순위 입지 상가를 고르는 게 낫다.”

김종율(42) 보보스 부동산연구소 대표가 상가 투자 초보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인터넷에선 ‘옥탑방보보스’로 더 알려진 그는 한 때 창문도 없고 화장실도 집 밖에 있는 반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는 처지였다. 햇빛이 잘드는 옥탑방에 사는 게 꿈이었던 그는 이후 상가와 토지 투자로 수십억원대의 부를 이뤘다. 강원 평창군에 세운 15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도 완공이 눈앞이다. 그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300여명의 수강생을 상대로 상가ㆍ토지 투자 관련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주택 부문으로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수강생이 늘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1분기 상가 평균 분양가는 3.3㎡ 당 3,306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1년 1분기 상가 분양 물량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대비 22% 나 올랐다. 그러나 상가 투자는 주택 시장에 비해 생소한데다가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커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김 대표에게 노하우를 물어봤다.

-어떻게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됐나.

“대학 때 과외해서 100만원을 벌어 청약 저축을 가입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금리가 높아 가입했다. 이후 유통회사에 취업해 상권과 입지를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대학 때 들었던 청약통장으로 동탄신도시 분양에 당첨됐다.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 갑자기 큰 돈을 만지자 40만㎞를 탄 낡은 차를 바꾸고 싶고 창문도 없는 반지하 방을 벗어나 옥탑방으로 옮기고도 싶었지만 그 돈으로 다시 투자를 했다. 당시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 “젊을수록 돈을 아끼고 투자하라”는 말이 너무도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직장 다니면서도 4년간 과외하고 대리기사를 해 돈을 모아 모두 투자했다. 직장 생활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말에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상가 시장을 평가하면.

“상가는 소매점의 영업 환경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올라가고 소비심리 자체도 안 좋다. 앞으로 상가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매출이 적은 편의점이 문을 닫으면 기존에 좋은 입지에서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던 편의점은 문 닫은 편의점의 매출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아진다. 그래서 상권이 좋은 곳보다는 입지가 좋은 곳이 훨씬 낫다. 1등 지역의 후순위 상가 보다는 인기 없는 지역이라도 그 지역의 1등 상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신도시 상가 투자의 원칙이 있다면.

“신도시의 경우 근린상가는 큰 길 옆 전면부를 선호한다. 상가 1개당 500세대가 넘어간다면 상권이 아주 좋은 곳이다. 잘 찾아보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중심 상가쪽은 유흥상가가 중심이다. 직장인 수요가 꼭 뒷받침 돼야 한다. 전면부보다는 이면 골목이 영업이 잘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예전처럼 술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2ㆍ3층으로 올라가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흥상권은 1층에 투자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유흥상권은 1등 자리가 아니면 1등 옆자리를 고르고, 근린상가는 1등 자리가 없다면 1등 위층으로 올라가라.”

-구도심 상가 투자원칙은.

“구도심은 업종별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세대수가 있다. 직원은 안 두고 혼자 일할 수 있는 업종은 500세대면 된다. 그런데 300세대밖에 안 된다면 그런 상가는 피하는 게 좋다. 종업원을 포함해 3,4명이 일하는 업종은 2,000세대가 있어야 먹고 산다. 임대 주고 싶은 업종이 500세대 업종에 적합한지 2,000세대 업종에 적합한지를 따져보고 매입에 들어가야 한다. 300세대 아파트인데 단지 내 슈퍼마켓이 없고 주민들도 원한다고 해서 슈퍼마켓 세줄 목적으로 상가를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꼬마빌딩 투자 팁이 있다면.

“대로변에 누가 봐도 번듯한 자리는 너무 비싸다. 좋아 보이지 않지만 투자하기 좋은 건물은 이면골목에 있다. 그런데 이면골목이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 블록마다 블록 끝에서 끝까지 연결되는 관통도로가 있다.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이런 관통도로가 2개 교차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 관통도로 전체를 지나는 인원을 유효수요로 볼 수 있다.”

-입지 분석을 위해서는 현장을 많이 가봐야 하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도도 잘 봐야 한다. 지도가 훨씬 정확할 때도 있다. 오히려 현장을 가보는 게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꼬마빌딩 투자를 예로 들었지만 블록 안에 사거리 코너는 많다. 현장 가보면 다들 똑같은 사거리 코너로만 보인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 블록 끝에서 끝까지 관통하는 관통도로는 몇 개 안 된다. 지도 상으로 동일 조건이라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 현장에 가 유동인구 등을 확인해야 한다. 대신 예쁜 건물, 간판빨에 속지 마라. 건물이 화려하면 장사가 잘 될 줄 아는데 절대 아니다.”

-위례신도시 등 신도시 상가의 미래는?

“위례 등 신도시 상가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입지 분석’이 정답이다. 자신이 없다면 하지 않는 게 차선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스트리트 상가다. 스트리트 상가의 본질은 단적으로 말하면 ‘공급 과잉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다. 스트리트 상가가 유지되려면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꾸준히 와야 하는데 남의 아파트 상가는 잘 가지 않는 법이다. 1층은 가는데 2층 이상은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어둡다. 금리 올라가고 소매점 영업환경이 안 좋다. 그러나 주택 수요가 꺼지기 때문에 상가 투자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다. 예전에는 수익률 높은 상가를 원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를 구한다. 불황이 심할수록 임대가 안정적인 상가 가격이 오른다. 임대료는 거의 변동이 없는데 매매 가격이 확 뛴다. 안정적인 임대료가 들어오는 상가에 대한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가 있다면.

“학원에서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투자는 1년에 1건씩만 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수강생들한테 그 동안의 노하우를 전하는 데 쓰고 있다. 또 바람직한 프랜차이즈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돈은 안되지만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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