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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조롱… 선 넘은 혜화역 페미시위

입력
2018.07.08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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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만여명 여성 참가 성차별 규탄 

 ‘곰’이라 적힌 피켓 든 참가자 

 무릎 꿇리면서 “재기해” 외쳐 

 주최측 “문제 제기의 의미” 해명 

 “지나치게 과격… 본래 목적 퇴색”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혜미 기자

“여성의 분노를 혐오로 왜곡하지 말라.”

피해자가 여성일 때도, 남성일 때와 동일하게 수사하고 처벌을 하라는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린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 지난 5월 19일, 6월 9일에 열렸던 두 차례 집회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하다고 못 박은 이번 집회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6만여명(경찰 추산 1만 7,000여명)의 여성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들은 분노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차림을 하고 “촛불시위는 혁명이고, 혜화시위는 원한이냐”는 등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규탄했다.

특히 이날 집회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편파수사’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며 여성 표를 가져가 당선된 문 대통령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주최측의 퍼포먼스를 두고는 ‘표현의 정도가 지나쳤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주최 측은 ‘페미대통령’이라고 적힌 노란색 띠를 두르고 ‘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여성참가자를 무릎 꿇리면서 “재기해”라고 외쳤다. ‘재기’는 2013년 한강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는 말로 ‘재기하라’는 말은 ‘자살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곰’은 대통령의 성을 거꾸로 뒤집은 글자로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시위에 참가한 한 30대 여성은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게 시위의 본래 목적일 텐데, 지나치게 과격한 구호는 따라 외치기 거북할 정도였다”며 “극단적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결과적으로는 시위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사전적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하다’는 의미로 ‘재기하라’는 구호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주장에 대한 부각과 비판으로 시위 자체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는 “해외에서는 정치지도자를 비판하는 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박근혜 등 여성정치인을 희화화할 때는 문제삼지 않다가 문 대통령만 문제 삼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말했다.

한편 주최측은 앞선 두 차례 집회와 마찬가지로 ▲여성 경찰관 90% 비율 임용 ▲여성 경찰청장 임명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판검사 등 고위 관직 여성 임명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촬영·유포·판매·구매자에 대한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국제공조수사 강화 등을 요구하는 한편 삭발식과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5시부터는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1,500명(경찰 추산)이 모여 낙태죄 위헌과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 역할을 맡은 여성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 역할을 맡은 여성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이혜미 기자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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