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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위가 8강까지… ‘안방 잔치’ 즐긴 러시아

입력
2018.07.08 17:03
수정
2018.07.08 18:56
25면

개막 전 A매치 7경기 모두 져

“남의 잔치에…” 냉소했던 팬들

자국 선수 투지에 뜨거운 박수

도핑 은폐 의혹 해결은 숙제로

러시아의 마리오 페르난데스(왼쪽)이 8일 러시아 소치에서 펼쳐진 월드컵 8강전 크로아티아와 경기 연장 후반 10분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러시아는 승부차기 끝에 크로아티아에 패해 탈락했다. 소치=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마리오 페르난데스(왼쪽)이 8일 러시아 소치에서 펼쳐진 월드컵 8강전 크로아티아와 경기 연장 후반 10분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러시아는 승부차기 끝에 크로아티아에 패해 탈락했다. 소치=타스 연합뉴스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은 아쉬운 탄식과 격려의 박수로 뒤섞였다. 4강 진출을 눈 앞에 두고 펼친 승부차기 승부가 크로아티아의 승리로 끝나자 러시아 선수들은 얼굴을 감싸 쥐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특히 실축으로 팀에 패배를 안긴 표도르 스몰로프(28ㆍFC크라스노다르)와 마리오 페르난데스(28ㆍCSKA모스크바)는 가장 침울한 표정으로 자책했다.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홈 팬들은 현지 기준 자정이 넘어서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러시아는 8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 2018러시아월드컵 8강 전에서 연장 후반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0위인 러시아는 자신보다 50계단이나 높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놀라운 투지를 보여줬다. 1-1 무승부 끝에 돌입한 연장전에서 연장 전반 크로아티아에 먼저 골을 내주고도 러시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전 16강 전도 연장을 치르고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연장 후반 10분 페르난데스의 헤딩 동점골로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러시아 선수들이 승부차기에서 패하고도 팬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선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달 7일 FIFA 랭킹에서 70위를 기록, 본선 진출 32개국 중 꼴찌였다. 대회 개막을 목전에 두고 모스크바 거리는 끊이지 않는 남미 팬들의 물결로 가득 채워졌다. 개막을 앞두고 1년 동안 치른 A매치 7경기 동안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한 러시아가 남의 집 잔치를 위해 안방을 내준 꼴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자국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 반대였다. 1차전 개막 경기에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5-0 대승을 거두고 2차전 이집트에게도 3-1로 승리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개막 2경기 동안 터뜨린 8골은 역대 개최국 최다 골 기록이고 러시아 선수들이 첫 2경기 동안 보여준 230㎞의 활동량은 32개국 중 최다였다. 특히 지난 1일 16강 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48년 만에 8강에 올랐을 땐 러시아 팬들의 열광이 최고조로 올랐다.

기대 이상의 선전에는 어두운 이면도 존재했다.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의혹도 늘 러시아 선수단을 따라다녀 대회 후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5일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월드컵 개막 18개월 전 도핑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당국은 이를 은폐하려고 시도했고, FIFA 또한 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번 대회에서 4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떠오른 데니스 체리셰프(28ㆍ비야레알) 역시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이를 부인하느라 진땀을 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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