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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의 여유? 생존불안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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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ㆍ스터디에 직장인들 북적
이직ㆍ승진 등 위해 시간 쏟아
‘과로사회 벗어나자’ 취지 무색
“경쟁 내재화 세대… 강박 벗어야”
“남는 시간에 놀아 봐야 뭐 하겠어요. 언제까지 직장 다닐지 모르니 미래를 대비해야죠.”
대기업 2년 차 사원인 김모(29)씨는 최근 미뤄 왔던 영상 공부를 위해 카메라 정보 물색에 한창이다. 올해 안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부업으로 유튜버가 되겠다는 게 그의 야심찬 계획. 김씨처럼 꿈에 부풀어 자기계발에 뛰어드는 2030세대 직장인들이 적잖이 생기고 있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생긴 여유 덕분이다.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 독서 소모임부터 가볍게 시작하는 사람, 기존의 업무를 더 잘하고 싶은 사람 등 계기는 각양각색. 하지만 자기계발 열풍 기저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불안’이 깔려 있다.
‘인간답게 일하자’는 구호도 한순간, 직장인들의 발걸음은 학원, 스터디 등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84.2%가 ‘평소 자기계발에 대한 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는 ‘시간적 여유’(65.3%)’가 꼽혔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여유 시간이 생기자마자, 직장인들은 이직, 승진 등 성취를 위해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는 처지다.
직장인 신모(28)씨는 지난 2일 정보기술(IT) 학원에 전화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과정 상담을 받았다. 신씨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새로운 기술을 배워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 말했다. 신입사원도 예외는 아니다. 올 초 입사한 박모(28)씨는 입사 동기들과 업무 시작 1시간 전에 회사에 도착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박씨는 “아침을 생산적으로 쓰고 싶어 독서 모임을 꾸렸다”며 “다른 동기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엑셀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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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사업장 노동자는 박탈감
그러나 자기계발 열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2030 직장인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을 내재화해 온 세대라 시간이 나는 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큰 편”이라며 “삶의 여유를 갖고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정책적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2020년에나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쉬지도 못 하는데 웬 자기계발이냐’는 것이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서모(24)씨는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니 어차피 남일이란 생각에 제도에 관심도 없었다”며 “큰 회사에 다니면 제도의 혜택도 받고 처우도 좋을 테니 부익부빈익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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