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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남친과 왜 만나” 욕설 협박… 관악산 끌고가 여고생 집단폭행

입력
2018.07.04 17:06
수정
2018.07.04 22: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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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노래방서 1시간여 1차 폭행

인적 없는 산에서 8명이 5시간 폭행

성추행도 드러나 경찰 영장 검토

지난달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A양이 폭행 당한 흔적. 가족 페이스북
지난달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A양이 폭행 당한 흔적. 가족 페이스북

“아는 동생 집에서 자고 올게요.”

서울 도봉구에 사는 고교 2학년 A(17)양 어머니는 지난달 26일 오후 딸의 느닷없는 외박 통보를 받았다. 불길한 예감에 줄곧 딸에게 늦은 밤까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날이 바뀌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A양 행방을 알 수 없어 밤새 애태우던 가족은 27일 오전 11시쯤 도봉경찰서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A양과 연락에 성공한 경찰은 2시간여 만인 오후 1시30분쯤 성북구에서 A양을 발견했다. 가해학생 중 한 명의 집에 머물렀다는 A양은 온몸에 멍이 들었고, 걷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4일 경찰 조사와 A양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피해 내용을 종합해보면 A양은 전날 오후 7시쯤부터 1시간여 동안 노원구 석계역 근처 노래방에서 5명의 또래 학생에게 1차로 폭행당한 뒤, 관악구 미성동 소재 관악산 자락으로 끌려가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8명으로부터 5시간가량 2차 폭행을 당했다.

가해학생들이 늦은 시간 노원구에서 관악산까지 이동한 건 ‘계획적 범행’의 증거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학생들은 폭행 장소에 인적이 없다는 걸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수법도 잔혹했다. B양 등 가해자들은 A양 옷을 벗긴 채 주먹과 발, 각목, 돌 등을 동원해 무차별 폭행했다. 일부 남학생은 나뭇가지와 음료 캔 등을 이용해 A양에게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최근 가해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자신의 남자친구와 A양이 만난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욕설과 협박을 받아왔고, ‘직접 오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추가 협박에 못 이겨 가해학생을 만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A양 가족은 청원 글에서 “가해자들이 A양에게 ‘성매매를 하라’고 요구했으며, 휴대폰 유심을 빼가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고 전했다. 또 “가해자 중 1명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제대로 된 처벌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가운데 위법 행위를 한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은 “전체 피의자 중 촉법소년은 1명뿐이라 나머지 9명은 모두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찰은 폭행에 직ㆍ간접적으로 가담한 중학생 B양 등 10대 10명을 공동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고, 이 가운데 폭행을 주도하고 폭행 및 절도 혐의가 추가로 확인된 3명은 경기 안양시 소재 소년분류심사원에 인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해학생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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