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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20명… 당시 검찰은 단 1명도 기소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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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전 고위직ㆍ드라마 감독 등
대부분 술자리 동석했지만 ‘무혐의’
소속사 대표ㆍ전 매니저만 기소
본보가 분석한 5,048쪽의 장자연 사건 수사ㆍ재판 기록 속 장자연씨와 술자리를 가진 인물들을 살펴보면 유명 드라마 감독과 방송 제작사 대표, 투자업계 고위 임원 등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의 인맥을 강화시켜줄 유력한 인사들이 즐비하다. 수사 당시 경찰은 이들을 포함, 항간에 떠돌던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20명 중 7명을 기소 의견으로 나머지 13명을 불기소 의견 또는 내사종결 했다. 검찰이 최종 기소한 건 김 대표와 유 전 매니저 등 2명뿐이었다. 당시 혐의가 없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가 마무리된 나머지 인물이 장씨와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최소 김 대표 주재 아래 장씨를 불편하게 만든 술자리에 참석했던 것은 대체로 사실이다.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고위간부 출신 변모(64)씨는 수사기록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경찰 수사기록으로 확인된 것만 6차례, 같은 소속사 연기 지망생 윤모(31)씨 증언에 따르면 10여 차례 가량 장자연씨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변씨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와 함께 강제추행이 있던 2008년 8월5일(김 대표의 생일) 서울의 한 가라오케에서 윤씨와 장씨를 만나기도 했다. 변씨는 “장자연이 격렬하게 춤을 춘 것은 봤지만 강제로 추행당한 것은 보지 못했다”라며 “장씨와 윤씨에게 술을 따르거나 춤을 추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라고 진술(2009년 7월15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피의자 신문조서)했다. 변씨는 홍보용 MP3를 주기 위해 윤씨에게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했으나 실제 만나지는 않았다.
당시 지상파 방송국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던 정모 감독은 2008년 5월16~21일 김 대표와 장씨, 배우 최모씨 등과 함께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갔다. 김 대표 진술에 따르면 기존 4명이 한 호텔에서 각방을 쓰는 것으로 예약했지만, 첫날 김 대표와 최씨는 50㎞ 떨어진 파타야의 숙소로 옮겼다. 당시 김 대표는 성접대 유도를 위해 숙소를 옮긴 것이냐는 경찰의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장씨의 후배도 해당 건물에 숙박했다”고 진술(2009년 7월5일 분당경찰서 피의자 신문조서)했다. 5월17일 정 감독은 “다들 수준이 낮아 골프가 재미없다”고 불평해 장자연이 다음날 항공료를 지불해 고향 후배인 프로골퍼 박모씨를 태국으로 불러 함께 골프를 쳤다. 김 대표는 이 여행에서 당시 연출하던 드라마에 장씨를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7월과 10월 정 감독을 만나 장씨의 출연을 재차 요청했지만 장씨가 오디션에 탈락하면서 드라마 출연은 무산됐다.
이외에도 국내 유명투자증권의 전무이사 오씨와 드라마제작사 대표 고모씨, 전자기기 제조업체 대표 이모씨와 양모씨도 장자연씨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이 기록들에서 확인된다. 오씨와 이씨, 양씨 등은 당시 김 대표가 광고대행사 설립을 위해 투자를 받기 위해 접촉했으며, 김 대표는 이 같은 술자리와 관련 “장씨에게 술자리에 오라고 지시한 건 맞지만 스스로 오지 않을 수 있는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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