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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대표가 장자연 상습 성추행” 진술에도… 수사 깔아뭉갠 검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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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폭행ㆍ협박 혐의로만 집유 1년
‘술자리 성추행’ 전직 기자는
경찰 기소 의견 → 검찰 무혐의
검찰, 재수사 통해 9년 만에 기소
고 장자연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장씨를 자주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장씨 후배의 경찰 진술이 있었으나 김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련 기록들에 의해 드러났다.
2009년 3월 15일, 장씨의 소속사 후배 연기지망생 윤모(31)씨는 경기지방경찰청 조서에서 장씨를 성추행 한 사람을 2명 지목했다. 경찰이 장씨 사건을 자살로 수사 종결했다가 재수사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이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대표의 연락을 받고 자연이 언니와 같이 술 접대 참석한 것을 합치면 약 40차례 정도”라며 “김 대표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자연이 언니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만졌으며 자연 언니가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면서 손을 치우도록 했고, 그런 일은 자주 있었다”고 했다. 또 “김 대표 생일에는 술 테이블에 자연이 언니가 올라가서 춤출 때 앉아있던 김 대표와 손님들이 자연이 언니 치마 속 팬티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손님 중에는 테이블에서 자연이 언니 손목을 잡아당겨 자기 무릎에 앉히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겉으로 가슴을 만졌을 때 자연이 언니가 하지 말라고 해 자리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장씨를 성추행한 손님이었던 전직기자 조모씨는 경찰에서 입건됐다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지난달 26일 재수사를 통해 9년 만에 기소됐다. 그러나 윤씨가 명확히 진술한 소속사 대표 김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의 본질이었던 술접대ㆍ성접대 강요 혐의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장씨에 대한 폭행ㆍ협박 혐의로만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이자 당시 국내 모 사모투자 전문회사 상무이사였던 조씨가 과거 검찰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난 과정에도 무리한 봐주기 정황이 짙다. 애초 경찰 조사를 보면 조씨의 혐의는 상당히 명확했다. 2008년 8월 5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상황에 대해 목격자의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윤씨는 경찰조사에서 “(조씨가) 언니에게 못된 짓을 하고 나서 언니가 김 대표 옆으로 갔을 때 룸 안 분위기가 썰렁했고, 조씨가 자연이 언니를 만질 때 옆에서 제지를 한 사람은 없었다”며 “조금 썰렁한 분위기가 지난 후 평소와 같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윤씨가 처음부터 장씨를 추행한 사람으로 조씨를 지목하고 일관성 있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조씨의 조사받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본 윤씨가 ‘분명히 장씨를 추행한 사람이 맞다’고 진술하고 처음부터 자신이 설명한 장씨를 추행한 남자의 인상착의가 조씨의 것이라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기록됐다. 더구나 조씨는 사건 당일의 술자리 참석을 번복하고 처음에는 거짓말탐지기 실시도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뒤, 결론은 ‘무혐의’로 뒤집혔다.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윤씨의 경찰 1회 진술은 여러 가지를 조합하여 만든 거짓이었고, 최면상태에서의 진술은 조씨를 지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에 비추어 신빙성에 의심이 있다”고 돼 있다. 윤씨가 조씨의 신원을 알지 못해, 신원 등을 번복한 것을 빌미로 면죄부를 준 셈이다.
더구나 불기소 결정서에는 ‘술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면 장자연의 입장에서는 매우 커다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남아 있는 문서에 술자리에서의 추행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조씨)에 대한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반응으로 나온 사실만으로는 피의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나마 조씨 사건은 검ㆍ경의 기초조사 자료라도 남아 늦게라도 기소됐으나,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수사 미비와 공소시효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그대로 묻힐 위기에 처해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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