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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떨이 이미지 버리려 독자 참여형 행사 늘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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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만들기ㆍ작가와 만남 등
오픈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
SFㆍ판타지 소설도 처음 초청
도서전 매뉴얼도 만들 예정
도서전은 아이디어 싸움
벌써 내년 얼개 잡고 있어
내년 행사엔 문대통령도
꼭 참석하도록 할거예요"
“배우 장동건이요? 저희가 홍보용 사진 찍으면서 영상도 함께 찍었거든요. 현장에 따라 간 우리 직원 말로는 어떻게 찍어도 실물이 훨씬 더 낫다고 하던데요.”
지난 27일 서울 경복궁 옆길. 잠깐 사진 촬영을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 건물을 나와 길을 건넜다. 협회 건물은 뒤덮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 휘장 속 장동건은 여전히 멋졌다. 톱스타지만 장동건 섭외는 의외로 쉬웠다(?) 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 주연배우였기도 하거니와 책을 즐겨 읽으니 좋다며 흔쾌히 응했다.
이왕 하는 거 책도 추천하고 몇몇 구절도 뽑아달랬더니 그것도 순순히 ‘OK’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거나 거절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수십 권이 적힌 리스트를 쓱 내미는 바람에 적당히 골라내느라 우리가 오히려 애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성사된 ‘장동건의 기증도서’라는 이름의 이벤트는 꽤 인기를 끌었다. 장동건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행나무),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한길사),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웅진지식하우스),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문학동네) 같은 책을 자신의 독서 리스트로 공개했다.
러시아 방문이 아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지난해 개막식 때는 김정숙 여사가 참석했다. 지난해는 조기 대선 뒤끝이라 그랬다지만, 이번엔 가능하지 않느냐는 기대가 있었다. “아유, 물밑에서 엄청나게 진행했죠. ‘도서전에 갈까 말까 고민조차도 하지 마시라’고 했었어요.”
압박무기는 해외 언론 보도였다.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도서전이 열리면 거의 매일 방문해요. 이벤트처럼 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들러요. 심지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가서 거기서 해외 정상들을 만나기도 해요. 그러면 언론들이 자연스레 책 얘기를 함께 다루거든요. 그런 자료 모아 드리면서 문화선진국이라면 대통령이 반드시 가는 행사가 도서전이다, 무조건 오셔야 한다고 했죠.” 이번엔 축하 메시지로 대체됐다. 내년을 기다려보자.
구름 위에 있는 듯한 스타와 권력자의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 현실로 내려오자. 지난 20~24일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치러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김연숙(42) 도서사업본부장이다. 숙명여대 경제학과를 거쳐 중앙대 문화예술경영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협에 몸담은 것은 지난해지만, 2005년 “기획이나 홍보 담당 직원이 딱 1명뿐이던 시절”부터 파주의 출판도시문화재단에서 온갖 이벤트, 행사를 다 치러 낸 역전의 용사다. ‘스태프가 사는 세상’ 취지가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 재조명’이라 했더니 “맞아요, 완전 그거에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도서전 반응이 좋은 모양이다.
“확인 중이에요. 은행나무 출판사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배, 북스피어 출판사는 3배 늘었다고 하고요. 오랜 만에 참여한 휴머니스트, 다시 돌아온 민음사 같은 곳도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또 ‘보스토크’ ‘브로드콜리’ ‘책’처럼 개성 넘치는 독립잡지 40여 곳도 처음 참여했거든요. 이분들도 ‘이제껏 참가한 행사 중에 가장 판매가 많이 됐다’, ‘판매도 판매지만 그보다는 우리를 알릴 기회가 돼서 너무 좋다’고들 하세요.”
-잘 풀린 곳이라 쉽게 말하지 않나.
“그래서 전수조사를, 설문조사를 진행하려던 참이에요. 지난해보다 활기차졌다, 애써서 잘 치러냈다는 고마운 말씀은 잘 듣고 있지만, 진짜 현실은 확인해야 하니까요. 성적이 부진한 곳은 말하길 꺼려 할 테니 ‘올해 같은 조건이면 내년에도 참가하시겠습니까’라는 식으로 돌려서 여쭤봐야죠.”
-도서전 끝나도 끝난 게 아니겠다.
“두 세 달 안에 총결산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요. 그걸 바탕으로 내년 도서전 얼개도 잡기 시작해야죠. 그것과는 별도로 내부적으로는 ‘도서전 매뉴얼’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 동안엔 없었던 건가.
“네. 다 개인적 노하우로, 알음알음으로. 하하하.”
-가슴 아픈 얘기다.
“맞아요. 자료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부분부분 있긴 한데 전체를 꿰어줘야죠.”
-지난해 관람객이 20만명, 그래서 올해 30만명이 목표였다.
“앞으로 그런 숫자로는 얘기 안 하려고요(웃음).”
-진짜 안됐나 보다.
“네, 그랬을 지도 몰라요. 음, 아마 안됐을 거에요. 너무 솔직한 가요. 숫자보다는 집계방식을 재검토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유료 티켓은 바로 숫자가 나오는데 무료 티켓, 초청, 출판사별로 이벤트처럼 진행한 것들은 집계가 아주 어렵거든요. 그 방식들을 한번 다 점검해보려 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책떨이’ 행사에 대한 반성을 내걸었다. 도서정가제로 출판사들의 폭탄세일이 금지되자 도서전은 침체됐다. 지난해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박수 받았지만 좀 불안했다. 지난해 도서전이 끝나자마자 김 본부장을 비롯, 도서전 인력을 충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도서전은 그래도 준비를 해서 치러낸 첫 도서전이었다. 다듬을 부분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협으로 옮겼을 때 요구가 많았겠다.
“도서전은 두 가지 성격이에요.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책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지난해 인기 있었던 독서 클리닉 코너, 나만의 오디오북 만들기 같은 독자 참여형 행사를 많이 넣었습니다. 이런 행사들은 오픈하자마자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너무 좋았구요. 정유정, 유시민 같은 대형 작가와 독자들간 만남의 자리도 좋았습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를 비롯해 다들 아이디어뱅크세요. 특히 도서전이 10권을 선정한 ‘여름 첫 책’ 같은 건 계속 발전시켜나가려고요.”
도서전에서 구간 말고 신간도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 등 10권을 ‘여름 첫 책’으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3권 이상을 사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반응은 어땠나.
“응모한 출판사들이 많아서 떨어뜨리느라 고심했고요. 판매나 독자들 반응도 좋았어요. 올해는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기존에 알려진 대형 작가 위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고요, 내년에는 젊고 참신한 작가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뭐니뭐니해도 도서전에선 새로운 책, 새로운 작가를 만나야 하니까요.”
-라이트 노벨을 끌어들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네, 그런데 재밌는 건 오히려 그 분들이 부담스러워 하셨어요.”
라이트 노벨은 흥미 위주의 SFㆍ판타지 소설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널리 알려진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같은 게 대표적이다. 작품성보다 상업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엄숙한 도서전은 이를 외면했고, 라이트 노벨 출판사들은 그 동안 따로 페스티벌을 치렀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들을 끌어들였다. 한국 라이트 노벨의 대표 작가 이영도의 ‘오버 더 초이스’를 ‘여름 첫 책’ 10권 중 하나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닌가?
“저희도 단순히 화제성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부스를 중앙에다 두고 화려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라이트 노벨 독자와 다른 독자들이 이번 기회에 다른 느낌의 책도 한번 맛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처음 참가하는 건데 우리가 너무 부각되면 부담스럽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부스를 옆으로 빼달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물 흐리는 거 아니냐, 걱정한 셈인가.
“하하하. 우리 진짜 나가도 되냐, 우리는 B급인데 괜찮겠느냐고들 오히려 더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3개사만 겨우 모셨어요. 이 자리 빌어 말씀 드리는데 결코 그런 거 아닙니다. 다음엔 더 많이 참여해주세요.”
-도서전의 또 하나의 역할은 뭔가.
“당연히 출판사들의 비즈니스죠. 도서전은 개별 출판사의 부스 판매도 있지만 해외 에이전시와 거래의 장도 마련해줘야 하거든요. 지난해 열심히 홍보했고 그 덕에 지난해 19개국에서 31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었어요. 40명 규모의 외국 에이전시 초청 프로그램도 있거든요. 지난해엔 40명을 겨우 채웠는데 올해엔 신청자만 2배였어요. 일단 한번 와서 보게 해야죠.”
-계약은 많이 이뤄졌나.
“지난해 상담건수가 1,700건이더라고요. 올해도 부스 40개를 풀가동해서 480회 이상의 미팅이 이뤄졌어요. 그 안에서 수백, 수천 건의 상담이 이뤄졌겠죠. 개별 부스의 여러 상담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 중에 진짜 성사되는 건 몇 건이나 될까요. 출판은 업(業)의 특성상 상담했다고 바로 계약되고, 계약했다고 바로 출간되는 건 아니에요. 요즘은 온라인 계약도 많죠. 도서전은 1년에 한번 정도 얼굴 마주보고 계약관계, 신뢰관계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쓰이기도 해요. 그런 점들을 감안해야겠지만, 저희로선 성사 건수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경제학과 출신이어서 인가. 성과, 측정, 평가 같은 문화계에선 낯선 말을 쓴다.
“안 그래도 그런 말씀 많이 들어요. 하하하. 다만 전 모든 일의 끝이 ‘참 좋았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돈 들여 치르는 비즈니스인 이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래야 오래, 견고하게 유지 발전되는 거니까요.”
-앞으로 꿈이 궁금하다. 문화예술경영 쪽 사람들은 나중에 무얼할까, 궁금해한다.
“문화예술경영 쪽은 대개 공연 파트 쪽이 많으시고, 음악 공연 미술 출신들이 많으세요. 전 경제에서 출발해 출판을 메인으로 삼고 있으니 좀 이색적인 존재이긴 해요. 도서전은 책을 기반으로 공연, 전시, 심포지엄 모든 걸 총망라하는 하기 때문에 특이하기도 하고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론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어요. 대학원에 중국 유학생들이 있는데, 예전엔 사실 다 부잣집 아이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실력들이 엄청나요. 한국어에 유창하고 한국 학생들보다 공부도 더 잘해요. 길게 보면 우리도 그런 젊은이들을 키워야 하지 않을 까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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