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에 여장남자…잡고 보니 카이스트 대학원생

입력
2018.06.29 14:12

지난 13일 오전 11시47분 대전 용전동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여자화장실 앞. 화장품 매장 여직원이 상가 관리자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여장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왔어요. 갈색 긴 머리, 하늘색 남방에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분명 남자였어요.”

13일 대전의 한 영화관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은 범인의 검거 당시 모습(왼쪽 사진 2개)과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는 모습. 제보자 제공
13일 대전의 한 영화관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은 범인의 검거 당시 모습(왼쪽 사진 2개)과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는 모습. 제보자 제공

관리자는 2주 전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 달아났던 여장 남자가 다시 온 것을 직감했다. 여자화장실 빈칸에 들어가 칸막이 아래로 스마트폰을 넣어 찍는 수법, 여장을 한 점이 똑같았다.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4분 뒤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여자 화장실 출입구를 막고 칸막이 안에 들어가 있는 여장남자가 나오길 기다렸다. 들어오는 사람이 없자 몇 분 후 갈색 긴 머리에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장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고,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여장남자는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A(29)씨이며, 2주 전 몰카범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확인해봤지만 몰카 사진은 없었다. 체포 직전 지웠을 가능성이 있어 디지털포렌식(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분야)에 분석을 의뢰했다”면서 “현재는 성적인 목적으로 여자화장실을 출입한 혐의만 확인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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