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0만원 육군병장 홍철, 4억원 넘는 키미히 틀어막아

입력
2018.06.28 17:06
수정
2018.06.28 19: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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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차이 워낙 크다 보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투혼

김민우∙주세종 활약도 빛나

홍철(맨 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죠슈아 키미히(가운데)의 돌파를 끈질기게 저지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홍철(맨 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죠슈아 키미히(가운데)의 돌파를 끈질기게 저지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었다. 28일(한국시간)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최종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한국이 거둔 2-0 승리엔 국방의 의무를 이행중인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나라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선 이들은 자신의 수백, 수천 배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대결에서 당당히 승리를 쟁취했다.

독일과 3차전에서 대회 첫 선발출장의 기회를 거머쥔 홍철(28ㆍ상주상무)은 90분 동안 총 11㎞ 이상 경기장을 누비며 자신에게 주어진 ‘짠물 수비’ 특명을 완수했다. 사실 이날 한국대표팀의 수비라인은 최악의 상태나 다름 없었다. 박주호(울산)는 스웨덴전과 1차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대회를 조기 마감했고, 김민우(28ㆍ상주상무)와 장현수(27ㆍFC도쿄)는 각각 스웨덴전, 멕시코전 선제골 빌미가 된 페널티 킥을 내주며 위축됐다. 멕시코전에선 중원을 책임진 주장 기성용(29ㆍ스완지)마저 종아리 부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월급 40만5,700원을 받는 육군 병장 홍철은 그러나 주눅들지 않았다. 이날 가장 자주 마주친 독일 미드필더 조슈아 키미히(23ㆍ바이에른 뮌헨) 월급은 우리 돈 약 4억4,000만원(34만 유로)으로 그의 1,000배가 넘는 액수지만, 이날 맞대결은 홍철의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그는 “몸값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무서울 게 없었다”며 “오늘 하루는 우리가 이겼으니 내가 키미히보다 낫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경기 종료 직전 공격에 나선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ㆍ바이에른 뮌헨)의 공을 가로채 손흥민(26ㆍ토트넘)에게 그림 같은 패스로 연결, 결승골을 도운 주세종(28ㆍ아산무궁화) 월급은 홍철보다 더 적다. 지난 1월 의무경찰 신분으로 아산에 입단, 갓 일경을 달아 33만1,300원을 받는다. 주세종은 경기 후 “수비를 하러 나갔더니 내 앞에 노이어가 있어 놀랐다”며 “골키퍼라 패스나 터치감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수비를 했다”고 전했다. 상주와 아산 구단은 이들이 복귀한 뒤 월드컵 활약에 따른 포상휴가 지급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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