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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독일 완파, 누구도 예상 못한 ‘기적’

입력
2018.06.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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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이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얼싸안고 있다.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이기는 바람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카잔(러시아)=류효진 기자
한국 선수단이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얼싸안고 있다.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이기는 바람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카잔(러시아)=류효진 기자

한국이 2골 차 이상으로 독일을 이기고 같은 시간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주면 된다.

27일(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 독일과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최종전을 앞두고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였다. 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외신들은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1%로 내다봤다.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이긴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1%의 기적이 현실이 됐다. 한국 축구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마지막에 한국을 외면했다. 같은 시간 같은 시간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대파하면서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여정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한국의 2득점은 모두 후반 추가시간 나왔다. 김영권(광저우)이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볼을 왼발로 꽂아 넣었다. 부심이 깃발을 들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다급해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한국은 이 틈을 노려 역습을 감행했고 손흥민(토트넘)이 텅 빈 골문에 공을 집어 넣어 독일의 숨통을 끊었다. 벤치의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달려 나와 얼싸안았고 독일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1차전에서 2연패했던 한국은 마지막에 소중한 1승을 따내며 1승2패(승점 3ㆍ골득실0)로 조 3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이 2승1패(승점 6ㆍ골득실+2)로 조 1위, 멕시코도 2승1패지만 골득실(-1)에서 뒤진 2위다. 가장 충격적인 건 독일의 탈락이다. 독일은 1승2패(승점 3)로 한국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1)에서 뒤져 꼴찌의 치욕을 맛봤다. 전 대회 우승국인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떨어진다는 징크스는 어김 없이 반복됐다. 독일이 월드컵 역사상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과 신태용 감독이 얼싸안고 있다. 카잔=류효진 기자
손흥민과 신태용 감독이 얼싸안고 있다. 카잔=류효진 기자

전반은 한국의 의도대로 흘렀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지난 24일 멕시코전에서 좋은 내용을 보여줬던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선수 구성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빠진 중원에 장현수(FC도쿄), 정우영(빗셀 고베)이 섰고 최전방 투톱은 손흥민(토트넘)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장현수 대신 윤영선(성남)이 중앙수비로 출전했다. 최근 잇단 비난에 시달린 장현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완장도 부주장 장현수가 아닌 손흥민이 찼다. 손흥민은 지난 달 말 온두라스와 평가전 때도 기성용이 휴식을 위해 빠졌을 때 ‘캡틴’ 역할을 수행했다.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은 토마스 뮐러를 빼고 레온 고레츠카를 측면 공격수로 투입했으나 별 효과를 못 봤다. 최전방의 티모 베르너는 무력했고, 메수트 외질은 따로 놀았다. 4년 전 월드컵을 제패했던 독일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

한국 골키퍼 조현우의 거짓말 같은 선방. 카잔=연합뉴스
한국 골키퍼 조현우의 거짓말 같은 선방. 카잔=연합뉴스

후반 들어 조급해진 독일은 공격 일변도로 나왔다. 후반 2분 고레츠카가 아무런 수비 방해 없이 완벽한 찬스에서 날린 헤딩 슈팅을 골키퍼 조현우(대구) 몸을 날려 막아냈다. 누가 봐도 실점이라 체념했는데 믿기지 않는 선방이었다. 조현우는 이후에도 몇 번 더 선방을 선보이며 독일을 좌절케 했다. 이번 대회 한국 축구의 최대 수확은 조현우의 발견이다.

독일이 라인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한국은 수 차례 좋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한 방만 터지면 독일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슈팅은 결정적인 순간 빗나갔고 문선민(인천)의 마무리는 정교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같은 시간 스웨덴이 후반에 연속골을 터뜨리며 멕시코에 3-0까지 앞서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희미해졌다.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골이라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달렸지만 발이 느려질지언정 멈추지 않았고 믿기지 않는 2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직전 만난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들이 오늘 한국 축구에 작은 벽돌을 올려놓을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국은 작지만 의미 있는 벽돌을 하나 쌓았다.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건 분명 기적이었다.

그라운드에 다같이 파묻혀 기쁨을 만끽하는 태극전사들. 카잔(러시아)=류효진 기자
그라운드에 다같이 파묻혀 기쁨을 만끽하는 태극전사들. 카잔(러시아)=류효진 기자

카잔(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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