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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피난민 살던 달동네, 외국인들도 찾는 ‘한국의 산토리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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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산 감천문화마을
2009년부터 도시재생 사업
파스텔 톤의 알록달록한 마을
골목 곳곳 벽화, 조형물로 꾸며
작년 관광객 205만명 발길
주민 일자리도 280여개 창출
태풍 ‘쁘라삐룬’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 햇살이 더 반가운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입구에는 마을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10여명의 관광객들이 줄지어 내렸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친구와 단둘이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는 이혜진(22ㆍ여)씨는 “우정사진을 남기기 위해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면서 “알록달록한 마을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모두가 포토존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같이 온 허서연(22ㆍ여)씨도 “지난해 여름휴가로 이탈리아 친퀘테레를 갔다 왔었는데, 감천문화마을도 거기 못지않게 아름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도 서너 명이 보였다. 대만에서 왔다는 메이(27ㆍ여)는 “부산은 처음인데 여행오기 전 인터넷에서 감천문화마을 사진을 많이 봤다”면서 “대만에선 볼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라 꼭 한 번 와보고 싶어 이번 휴가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2009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가꿔온 감천문화마을의 인기가 해마다 치솟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205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올해도 벌써 99만여명(6월 3일 기준)이 방문했다. 2011년 방문객 수가 2만5,000여명 정도였는데 불과 6년 사이 8배나 증가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여행주간(4월 29일∼5월 14일)을 맞아 전국 광역 권의 대표성 있는 관광지점 46곳을 선정해 관광객 방문자 수를 집계한 결과 담양 죽녹원(18만3,820명)에 이어 감천문화마을(17만1,346명)을 찾은 방문자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사하구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 방문객의 절반가량은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사드 문제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음에도 불구, 대만과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감천문화마을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파스텔 톤의 집들이 이루는 아름다운 마을풍경과 골목 곳곳에 설치된 66점의 예술조형작품, 다양한 문화공연, 골목길 투어 등의 다양한 매력이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상점도 늘어났다. 애초 20개였던 점포 수는 현재 79개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280여명의 주민이 경제적ㆍ사회적 자립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감천문화마을은 주민이 다양하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이익 환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춰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피해나 부작용 등을 수월하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 주민들은 2013년부터 사회적기업 형태로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를 운영하면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사회공헌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주민협의회는 직접 카페와 식당, 관광기념품 판매점, 게스트하우스 등 10곳을 운영하며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2015년 행정자치부 마을공방육성 공모사업’으로 관련 시설을 갖춘 후 본격 생산에 들어가 2016년 5월 첫 판매를 시작한 ‘황토가마소금’은 1년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다양한 사업을 통해 주민협의회 수익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2014년 6억1,000여만원에서 지난해 15억2,000여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수익금은 모두 주민들의 집수리와 경로잔치, 장학금 지급 등으로 쓰여졌다.
심상보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회장은 “다른 지역처럼 감천문화마을도 도시재생 과정에서 적잖이 문제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해쳐나가고 있다”면서 “돈벌이에만 치중하지 않고, 수익을 통해 불편과 피해를 감수하는 주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게 복지사업에 주력하는 등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로 손꼽히는 감천문화마을의 시작은 2009년부터 비롯됐다. 감천마을은 6ㆍ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집단 이주해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판잣집 1,000여 가구를 지어 거주하며 생성된 곳이다.
2009년 당시에도 총 4,300가구로 세대 수만 늘었을 뿐 낙후된 마을이었다. 집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없어 일정 구역마다 공중화장실과 목욕탕을 사용해야 했고, 제대로 된 하수처리시설도 없어 골목길 밑으로 오수가 흐르며 악취를 풍기는 등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그나마 높은 산비탈에 곡선형으로 조성돼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부산 도심과 바다 전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아름다운 전경과 부산의 역사가 녹아 있는 마을 특성을 살리고, 기존 재개발ㆍ재건축이 아닌 ‘보존과 재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응모, 선정되면서 ‘문화마을’의 태동을 알렸다. 학생과 작가ㆍ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담벼락과 건물외벽에 그림을 그려 넣고 조형물 등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
2010년에는 ‘미로미로 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조형물과 벽화 등으로 골목길을 새롭게 꾸미고, 골목길 투어 코스 개발 및 마을지도 제작하면서 ‘아시아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히 외벽에 그림을 그리는 환경정비사업의 차원을 넘어 ‘문화메카’로의 변신을 꾀했다. 빈집을 독특한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부산출신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를 비롯해 조성룡, 김인철, 프란시스코 사닌 4명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또 마을 활성화를 위해 2011년부터 ‘제1회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를 시작으로 매년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아트마켓 운영에다 감천달빛도넛 등 먹거리 개발에도 나섰다.
이런 성과로 감천문화마을은 지난달 멕시코시티와 세계지방정부연합이 공동 주관한 ‘제3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6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과 ‘제1회 국제교육도시연합(IAEC) 우수교육 도시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사하구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은 지난해 ‘한국관광100선’ 2회 연속 선정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청의 ‘지역특화발전특구’로도 지정돼 문화ㆍ예술ㆍ교육ㆍ도시재생의 중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올해 연말에는 감천문화마을 천마산권역이 새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는 등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아름다운 경관과 문화ㆍ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체감하고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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