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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친구’ 차량서 강진 여고생 DNA 검출

입력
2018.06.25 23:10
수정
2018.06.26 01: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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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에 머리카락 거의 없어

국과수, 체내 독극물 등 검사 계획

신원 확인 방해하고 빨리 부패시키려

시신 땅에 묻지 않고 알몸 유기한 듯

실종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도암면 지석마을 뒷편 야산 정상부근에서 발견된 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실종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도암면 지석마을 뒷편 야산 정상부근에서 발견된 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전남 강진군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이달 16일 아버지 친구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여고생 A(16ㆍ고1)양으로 확인됐다.

25일 전남경찰청은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된 시신의 유전자(DNA)와 실종된 A양이 쓰던 칫솔에 묻은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A양 아버지 친구이자 유력한 용의자이던 김모(51ㆍ사망)씨의 차량 트렁크 안에 있던 흉기(날과 손잡이 사이 자루 부분)에서도 A양의 DNA가 검출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A양 시신의 국과수 1차 부검 결과 “사인(死因)을 판단할 수 없다”는 소견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외관상 골절 등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A양 시신은 얼굴과 정확한 키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해 신체가 눌리거나 압박 받은 흔적, 큰 상처 등은 육안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시신이 인위적으로 훼손됐다기보다는 야외에서 부패하면서 알아보기 힘든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김씨가 A양을 숨지게 한 뒤 신원 확인이 안 되거나 어렵게 할 목적으로 단기간에 시신을 부패시키려 땅 속에 묻거나 풀잎 등으로 덮지 않고 잡풀 위에 방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A양 시신 발견 당시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고, 현장에서도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옷이 벗겨져 있던 점 등도 이런 추정에 무게를 더한다. 경찰은 김씨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 범죄 관련 단서를 확보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A양의 사인 규명을 위해 체내 독극물 검사와 알코올 검사 등을 비롯한 정밀 감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A양의 휴대폰과 옷 등 유류품을 찾기 위해 이날 기동대 2개 중대 200여명을 동원해 시신 발견 현장 주변을 수색했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A양은 지난 16일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는 아빠 친구를 만나 이동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긴 뒤 소식이 끊겼다. A양으로 추정됐던 시신은 실종 9일째인 24일 매봉산 정상 인근에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는 용의자 김모씨의 차량이 2시간 40여분 가량 주차된 지점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거리로 김씨의 고향마을에서 가까운 곳이다.

강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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