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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ㆍ나이ㆍ키ㆍ인종… 206개의 뼈는 모든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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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는 시신에 비해 백골화가 진행된 사체로는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미국에는 뼈를 활용한 법의학으로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본즈(Bones)’라는 드라마가 있을 정도다.
가장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성별’. 머리뼈(두개골)와 골반뼈를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있다. 남성은 대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한 뼈를 가졌지만 특히 두개골이 여성보다 두껍고 요철(울퉁불퉁한 정도)이 심하다. 골반뼈는 반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튼튼하고 폭이 넓은데, 분만을 위해 골반뼈 구멍은 남성보다 크다.
나이는 턱뼈와 대퇴골 등으로 알 수 있다. 일단 갓 태어난 아기 뼈는 300개 이상이지만 다 자란 성인 뼈는 206개다. 뼈 개수만으로도 대략적인 나이 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사람의 뼈는 25세 정도에 가장 무겁고 40대 이후부터는 뼈 속에 공간이 많아져 가벼워지기 때문에 뼈 조직의 밀도를 통해서도 나이 추측이 가능하다.
아래턱 각도로도 나이를 추측할 수 있는데, 갓 태어난 아기의 아래턱 각은 170도지만 이후 배냇니가 빠질 때 150도, 영구치가 완성될 때는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쯤에 110도, 55세에는 120도, 70세에는 130도가 된다. 치아 마모 정도, 치아 내부 조직이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에 따라서도 나이를 추측할 수도 있다.
키는 넓적다리뼈(대퇴골)로 짐작할 수 있다. 대퇴골 크기에 3.9를 곱하면 생전 키가 도출된다. 우음도 백골시신의 경우 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 크기는 43.6㎝, 여기에 3.9를 곱하면 170.04㎝라는 숫자가 나온다. 여기에 다른 뼈에 기반한 추정을 더해 파악된 키는 162~170㎝. 실제 곽씨 키는 165㎝다.
인종도 알 수 있다. 두개골의 콧구멍, 안와(눈구멍), 치아를 통해서다. 대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콧구멍 모양이 둥근 편이고, 눈구멍 역시 둥근 모양을 띤다. 흑인은 눈구멍이 네모난 모양, 서양인은 갸름한 모양을 띤다.
관절염이나 골절 등 뼈가 손상된 흔적이 있거나, 아예 시술을 해서 인위적으로 모양이 바뀌었다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전의 ‘나’는 사라질지라도, ‘뼈’에 새겨진 나의 ‘역사’와 ‘흔적’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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