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스캔들’ 정면 반박한 이재명 “사필귀정 믿는다”

입력
2018.06.25 14:29
수정
2018.06.25 14:46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제기됐던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도민들에게 공약 실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취임 일주일을 앞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000자가 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날 이 당선인은 김부선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 두 차례 이 당선인과의 교제 사실을 부인했던 것은 주변의 설득과 이 당선인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이 당선인은 “일부 언론과 기득권자들은 일관성 없고 모순 가득하며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그녀의 말은 절대 진실로 인정하는 한편, 사실이 아니라며 증거를 제시한 이재명의 주장은 그저 불륜남의 변명으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당선인은 지방 선거 직전 김씨의 인터뷰를 보도한 KBS에 대해 “공영방송 KBS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주제를 9시 뉴스에 방송한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었다. 그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KBS와) 인터뷰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거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KBS를 무시했다가 또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도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김씨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곧 정리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또 경기도민에겐 “공정하고 청렴한 도정으로 도민의 삶과 경기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개선 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마지막에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으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약속을 지키고, 지위보다는 할 일에, 권한보다는 책임에 더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의 취임식은 다음 달 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 당선인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인 ‘새로운경기위원회’는 “한반도 평화 시대의 중심이자 상징인 경기도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장소”라며 임진각을 취임식 장소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글 전문

(이제 다시 출발..)

선거를 치른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참으로 심한 네거티브 선거였습니다. ‘종북 패륜 불륜..’ 선거 때마다 나오던 것들의 재탕 삼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장이 맞설 때 우리의 반론에 조금만 관심 가지고 인터넷이라도 뒤져서, 서거일, 서거기간 날씨, 영결식 장소, 김부선씨 행적, 그녀가 이전에 쓴 글, 일관성도 근거도 없는 모순투성이 주장, 그의 화려한 마약과 거짓말 전과만 확인했어도,

22.일이든(2017. 2. 김씨 주장) ‘22.~24.일중 비 오는 날’이든(선거 때 김영환 주장) ‘영결식 참석차, 엄청 비 오는 날, 봉하 가던 중 “비 오는데 봉하 가지 말고 옥수동 가라”는 전화 받고, 옥수동으로 가, 밀회했다’는 주장은 단 한 부분도 진실일 수 없습니다.

곧 정리해 밝히겠지만 이것 말고도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고 서로 모순되며 수시로 바뀌는 김씨의 거짓말은 끝이 없었습니다.

일부 언론과 기득권자들은 일관성 없고 모순 가득하며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그녀의 말은 절대진실로 인정하는 한편, 사실이 아니라며 증거로 근거한 이재명의 주장은 그저 불륜남의 거짓말과 변명으로 치부했습니다. 상식 밖의 일방적 보도, 가차 없고 잔인한 공격에서 저 너머에 숨어 웅크린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 세력의 광기가 느껴졌습니다. 다수의 침묵은 끝모를 외로움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보수정당이나 부패 국가기관의 공격과는 수준과 차원이 비교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2002년, 초보 시민운동가 시절 기득권과 싸우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고 단 몇 사람만 남아 싸우다, 결국 ‘PD의 검사사칭 전화를 도왔다’는 해괴한 죄목으로 구속되었던 경험도 이번 일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광란적 마녀사냥에 맞닥뜨려, 결국 저항을 포기한 채 오로지 국민의 집단지성만을 믿고 엎드려 견뎠습니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언젠가 광란의 힘도 쇄할 것이고 그때쯤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결국1 300만 도민들께서 제게 믿음과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제는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습니다. 맡겨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분골쇄신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제 뒤집어진 것들을 바로 세우고, 부정의한 것들과도 다시 싸우겠습니다.

기회는 기득권이 가지는 것이며, 저에겐 위기가 기회임을 압니다. 어린 나이로 세상에 나서는 순간부터 위기가 더 많았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합니다.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비우고 조금 더 받아들이고 조금 더 키우겠습니다. 감정을 숨기거나 꾸미지 못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끊임없는 이간질과 파괴적 허위주장, 전대미문의 부당한 공세 속에 상처 입으면서도, 평온한 표정으로 견디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책임한 가해자들의 2차 가해를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부족함에 대해 성찰하며 그 부족함마저 채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저열한 네거티브 공격에 일일이 방어하고, 그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민의 삶을 책임질 대리인을 뽑는 선거에서는, 도민의 삶과 아무 관련 없는 네거티브 공방이 아니라 정책과 능력을 놓고 겨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도민들께서 저를 믿고 저의 진심을 받아주셨음에 감사합니다. 공정하고 청렴한 도정으로 도민의 삶과 경기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승리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지역감정과 수구안보논리, 성장우선논리를 극복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적폐의 구질서를 무너뜨린 국민들께서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민과 역사의 위대함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16년만의 경기도지사 선거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은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국민열망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공정국가를 위한 강력한 의지와 성과로 만들어 낸 높은 대통령지지율, 안정적인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큰 기대가 압승의 원천입니다. 촛불혁명은 국가권력 교체에 이어 지방권력 교체를 이뤄냈고, 이제 마지막 입법권력을 향하고 있습니다.

1년의 짧은 기간 동안 문재인정부의 놀랄만한 국정운영 성과로 국민이 우리에게 지방권력을 맡길 것을 결단했듯이, 향후 지방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로 국민은 2년 후 마지막 입법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것입니다. 수구세력으로부터 입법권력까지 가져와야 촛불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공정국가, 사람 사는 세상을 방해 받지 않고 만드는 물적 토대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지방선거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마지막 권력까지 ‘올인’할 만큼 국민이 우리에 대해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건 바로 지방에서 완전히 새로운 지방정치와 행정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각각의 지역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는 늘 문재인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그 성공을 지방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정권 재창출도 가능하고, 국민도 행복하고 나라도 발전하며 우리 모두의 기회도 커집니다.

문재인정부의 실패는 우리의 실패이며 좌절입니다. 무엇보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가 성공한다는 것은 나라가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믿음’과 ‘단결’입니다.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높습니다. 공정한 나라, 인권과 복지가 살아 숨쉬는 평화로운 통일 국가로 가는 길에 장애물과 벽은 너무나 견고합니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최근 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퇴색시키려는 이간질이 많이 보입니다. 외부의 적이 약해지자 그들이 복장을 바꾸고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안에 서로 헐뜯고 의심하고 분열시키는 움직임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재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방해할 것이라는 말도 합니다. 우리는 개혁진보세력이자 민주당의 같은 식구이고, 문재인정부의 성공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통과제이자 목표입니다.

정치인을 칭찬하되 찬양하지 말고, 지지하되 숭배하지 말라는 말을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민주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인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대리인이 나쁜 의도로 나쁜 길을 가면 당연히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좋은 의도로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비난이 아니라 응원하고 지지하고 함께 방해세력과 싸우는 것이 식구의 도리이고 이익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선한 의지와 역사적 사명감을 압니다. 사욕을 가지고 나쁜 의도로 국정을 운영할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재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을 것이라는 이간질은 이재명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사욕 없이 국정에 헌신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해 ‘새로운 천년의 새로운 경기도’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문재인대통령님이 만드는 평화의 나라,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경기도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실현해 내겠습니다.

사적 친분이 없지만 뜻이 같으면 동지(同志)입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친분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친소관계가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되어야 합니다. 동지는 선의로 하는 일을 응원하고 잘 안되면 돕고, 잘못되면 함께 책임집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앞장서 활로를 뚫고 있고 지방정부가 응원하며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해 한반도의 평화, 새로운 번영의 기회를 붙잡아야 합니다.

이제 일주일 뒤 저는 경기도정을 책임지게 됩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으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약속을 지키고, 지위보다는 할 일에, 권한보다는 책임에 더 집중하겠습니다. 가는 길이 흔들리지 않도록,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외롭지 않도록 가르치고 응원해 주십시오. 저는 여러분의 동지입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