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한국인들은 전쟁 통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ㆍ문화재 등 찍은 사진 300여장 본보에 보내
어떻게든 수업에 보내려는 부모들 열성이 인상적
어린 선생님에게도 깍듯… ‘한국 미래 밝다’ 예감
남북 정상회담 감회 커… 한반도 평화 깃들길
6ㆍ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서울 일대를 담은 컬러 사진 수백 장이 새로 세상에 나왔다. 포화에 무너진 아비규환의 현장이지만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만큼은 살아있다. 빨래하고, 나무 지게 지고, 널뛰기하고, 노래하고 삶은 그렇게 계속됐다. 당시 문화재를 만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한국일보는 최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마빈 프리드먼(90)씨로부터 흑백 필름사진 111장과 컬러 슬라이드 필름 210장을 받았다. 프리드먼씨가 1952년 3월부터 11개월간 유엔군 교육자문관(Education Advisor)으로 서울에 근무하면서 찍은 기록들은 서랍 속에 묻혀 있다가 두 세 사람 손을 거쳐 한국에 닿았다. 그는 지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보는 감회가 남달라 죽기 전에 공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사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전쟁 당시 한국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전시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었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6ㆍ25전쟁 발발 68주년을 맞아 300여장 중 일부를 공개한다. 그의 사진 소재는 크게 문화재와 아이들로 나눌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프리드먼씨에게 산령각과 열녀문, 한옥 단청 등 한국 고유의 문화재들은 독특한 미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성균관 명륜당,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광릉 등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유적의 전쟁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사료 가치가 높다는 게 군사편찬연구소 설명이다.
아이들은 교육자문관인 그의 임무와 관련이 있다. 당시 미군은 전투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 도시 재건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는데, 프리드먼씨는 보육원ㆍ유치원 설립에 참여했다. 거기서 만난 아이들 모습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았다. 카메라를 향해 웃는 사진 속 아이들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프리드먼씨는 “23세의 어린 청년을 선생님으로 존중해 주고, 열심으로 아이를 가르치려는 한국 부모의 모습을 보며 당시에도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징병으로 인해 젊은 남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생활을 꾸려 나가던 한국 여성의 강인함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프리드먼씨는 휴전이 되던 해인 1953년 초 귀국 후 뉴욕에서 애니메이션 디자이너, 광고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본인 이름을 딴 프로덕션을 설립한 뒤 1993년 은퇴했다. 그는 사진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의 메시지도 전했다. “전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 성장한 한국을 볼 때마다 저 역시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다시는 그때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한국에 무궁한 평화가 깃들기를 멀리 뉴욕에서도 기원하겠습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자문=김경록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도움=황소연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