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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엔진시험장 파괴하고 있다” 말이 앞서는 트럼프 화법 효과는?

입력
2018.06.22 15:07
수정
2018.06.22 20:4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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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사진엔 해체 증거 없고

“특유의 과장 잇달아 우려” 비판 속

“북한에 기정사실화 압박” 반론도

미국 국민 절반 이상 “대북정책 만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간 고위급 회담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이 취하기로 한 조치를 기정 사실로 언급하며 앞서가고 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 주류 언론들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성과를 과시하려는 성격이 강한데, 향후 대북 협상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엔진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 그들은 그걸 폭파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전면적 비핵화가 이뤄질 것인데, 이는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엔진 시험장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온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 위성 발사장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되는 엔진을 시험한 장소이기도 한 이 곳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폐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이날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 발사대의 해체와 관련한 분명한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시험장을 해체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지지자 집회에서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 “오늘 미군 유해 200구를 돌려 받았다(have been sent back)”고 말해 혼선을 낳았다. 미군 유해 송환이 임박한건 사실이지만, 아직 미국 측이 실제로 인도 받은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선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우리의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이미 돌려보냈거나, 돌려보내는 중이다. 돌아오는 과정에 있다”며 시제를 완료형에서 진행형으로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제를 불분명하게 사용해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올 1월에도 오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며 오보라고 주장했다.

미래 일을 마치 이뤄진 것처럼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 화술은 특유의 과장된 화법과 연관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잇따라 북한 조치보다 앞선 말을 내놓는 것은 북미 회담의 성과가 없다는 주류 언론들의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조바심을 드러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조만간 개시될 예정인 북한과의 비핵화 고위급 협상에서 북한 요구에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조치를 기정 사실화함으로써 북한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을 한껏 치켜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치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언론들간 공방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단 미 국민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드는 기류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NORC 공공문제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긍정 평가했다. CNN이 14~17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긍정 응답이 52%로 집계됐고, 36%만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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