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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내놓으니 인터넷선 싹둑… 부메랑 맞은 통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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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서모(29)씨는 38년 동안 써왔던 집전화를 지난달 해지했다. “집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는 스팸이거나 광고뿐인데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통화를 하고 있어서”라고 이유를 밝힌 그는 요즘 초고속인터넷도 굳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휴대폰을 ‘완전 무제한’ 요금제로 바꾼 뒤 스마트폰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지금은 인터넷(IP)TV, 초고속인터넷이 결합상품으로 묶여 있어 두고 있지만, 유선 서비스에 나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내전화, 인터넷전화 등 집전화를 빠르게 대체한 스마트폰이 초고속인터넷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월 단위 기본 제공량과 속도 제한을 없앤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놨는데, 이 상품으로 인해 기존 유선 인터넷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하는 경우가 늘면서 통신사의 ‘자살골’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를 합한 국내 유선통신 가입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5년 12월 4,882만여명에서 작년 12월 4,803만여명으로 2년 만에 78만여명이 빠져나갔다. 최근에는 이용자 수가 4,775만여명(4월 말 기준)까지 줄었다. 유선통신 시장을 떠받치는 유일한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뿐이지만 올 2월과 3월 2개월 연속 약 4만2,300명이 해지했고 최근 5개월간 월평균 가입자 증가율은 0.06%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매월 스마트폰으로 마음껏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까지 등장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판매 중인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월 8만원 대 요금으로 스마트폰 데이터를 무한정 쓸 수 있고, 추가 요금 없이 태블릿PC 등 보조 기기로도 매월 각각 50기가바이트(GBㆍKT), 40GB(LG유플러스)를 쓸 수 있다.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충분한 양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맞물리면서 유선 인터넷 수요를 무선 서비스가 잠식하는 ‘코드커팅’(유선절단)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드커팅은 넷플릭스가 등장하며 미국ㆍ유럽 유선방송 가입자가 급감하는 현상에서 나온 용어인데, 인터넷 스트리밍 이용자가 늘면서 케이블TV 가입자가 대거 이탈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통신사들은 무선 통신보다 훨씬 빠른 서비스의 초고속인터넷으로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T의 경우 오는 9월 10기가비피에스(Gbps) 속도를 내는 인터넷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최고 속도(1Gbps)보다 10배 빠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각각 2.5Gbps, 10Gbps 인터넷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대용량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기업 고객 외 일반 이용자는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속도라, 초고속인터넷 신규 상품이 무제한 요금제의 타격을 상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인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기존 상품인 유선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일부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을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면서 “1인가구나 유선 서비스 이용량이 적은 소비자층에서는 유선 서비스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결합상품 할인 혜택 등을 고려해 유지하는 이용자 수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5세대(5G) 상용화도 앞두고 있어 초고속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하면 무선보다 대용량의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선 통신에 대한 수요도 같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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