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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욕받이→킹영권’ 악착수비로 여론 반전

입력
2018.06.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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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막으면 죽어야겠다” 투지 빛나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이 18일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상대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의 돌파를 태클로 저지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이 18일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상대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의 돌파를 태클로 저지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스페인의 넘버1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16일 포르투갈과 경기(3-3)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의 중거리 슈팅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뿔난 스페인 팬의 50%가 골키퍼 교체를 원한다는 현지 신문 설문까지 나왔다.

한국에도 모진 비난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중앙 수비수 김영권(29ㆍ광저우)이다.

그는 지난 해 8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 9차전 후 “관중(6만 명) 함성이 크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고 했다. 선수 간 의사소통을 의미한 말이었는데 팬들은 “응원을 해줘도 시끄럽다고 하느냐”며 발끈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김영권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뭇매를 맞았고 결국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이후 김영권이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포털 댓글에는 조롱이 넘쳐났다. 경솔한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말실수 한 번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는 스마트폰 포털 페이지에서 스포츠 섹션을 삭제한 적도 있다. 김영권의 어머니는 ‘욕받이’로 전락한 아들을 보며 매일 울었다. 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심리적인 위축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태용(49) 감독은 한동안 김영권을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가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김영권의 출사표.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영권의 출사표.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영권은 지난 18일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1차전에서 실력과 투지로 진가를 입증했다.

한국이 페널티킥으로 1골을 내주기 전까지 무실점할 수 있었던 건 골키퍼 조현우(27ㆍ대구)와 김영권의 공이다. 김영권은 전반 18분 기막힌 슬라이딩 태클로 일대일 위기를 막았고 10분 뒤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은 몸을 던져 걷어냈다. 경기 뒤 그는 “막지 못하면 죽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얼마 전 태극전사 23명의 출사표를 공개했는데 김영권은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적었다.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왼쪽)가 스웨덴 최전방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와 헤딩 볼을 다투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AP 연합뉴스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왼쪽)가 스웨덴 최전방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와 헤딩 볼을 다투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AP 연합뉴스

김영권을 향했던 화살이 스웨덴전이 끝난 뒤 동료 중앙수비수 장현수(27ㆍFC도쿄)에게로 옮겨간 모양새다. 물론 장현수 경기력이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지만 헌신적인 수비도 수 차례 보여줬는데 일부 팬들은 실수만 집중 조명하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태극전사의 숙명이라지만 어떨 땐 안타깝다 못해 측은해 보일 지경이다. 결국 장현수도 멕시코와 2차전에서 경기력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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