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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에 4200만원짜리 시계 선물?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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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52)씨는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2년 8월 개인과외를 해준 이모(당시 21)씨 아버지로부터 시가 4,200만원 짜리 스위스 브레게 시계를 받았다. 2011년 5월부터 박씨에게 과외를 받아 온 이씨는 이듬해 4월 미국 A음대 장학생으로 합격했고, 시계가 건네진 것은 출국 전 마지막 과외를 하는 날이었다.
이후 박씨는 미국에 간 이씨에게 성추행 문자를 보내고, 고액 과외(회당 60만원)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교내 인권센터에 회부되면서 2014년 5월 교수직에서 파면됐다. 2016년 7월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박씨가 이씨 아버지로부터 고가 시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은 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가 이씨와 가족에게 “나중에 서울대 교수를 시켜주겠다. 10~12년 뒤 B교수가 퇴직하면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다. 교수가 되기 전까지는 내 제자라는 것을 말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수시로 해온 만큼, 고가 시계는 교수 채용을 대가로 제공된 뇌물이라는 것이다.
1심 역시 뇌물로 봤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심형섭)는 작년 11월 박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4,20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교수 신규 임용에 직·간접 영향을 행사할 수 있고, 이씨 아버지는 교수 채용을 시켜주겠다는 박씨 말을 들으며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면 향후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씨가 시계를 받고 이를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했을 만큼 음대 합격의 감사 표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고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합의6부(부장 오영준)는 15일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계는 감사 선물일 뿐 성악과 교수 채용이라는 직무와 관련해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제 막 음대에 입학한 학생이 장래에 교수 임용 자격을 갖추게 될지도 불분명한 데다 십수년 후 박씨가 교수 채용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임용심사위원 등에 선정될 수 있을지도 매우 불명확해 청탁 명목으로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교수를 시켜주겠다’는 발언을 수 차례 한 것에 대해선 “사회통념상 동기 부여 또는 격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를 채용 약속이나 그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뜻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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