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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김정은은 돈이다

입력
2018.06.18 19:00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효과 6,200억원 한반도 4강 김정은 끌어안기 경쟁 중 김정은 효과 활용해 경제 돌파구 찾아야
그림 1 몸값 치솟는 김정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날 밤 싱가포르의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등 관광명소 시찰에 나선 김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그림 1 몸값 치솟는 김정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날 밤 싱가포르의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등 관광명소 시찰에 나선 김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6ㆍ12 북미 정상회담 전후 세계 언론매체(온라인 기준)의 싱가포르 관련 긍정적 언급에 의한 홍보 및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가 6,19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글로벌 미디어정보분석 업체 ‘멜트워터’ 분석). 싱가포르가 이 이벤트에 들인 비용이 161억원 정도니 수십 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제외교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김정은은 이미 ‘귀하신 몸’이 됐다. 재팬 패싱에 몸 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과 북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벌써 두 번씩이나 김 위원장과 만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수시로 통화하고 언제든 또 만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김 위원장의 방러를 거듭 초청해 놓고 있다. 양국의 특수관계에 비춰 북러 정상회담은 시간문제다. 한반도 주요 국가들 중 일본만 철저히 소외당하는 형국이고 일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니 아베 총리의 몸이 달만도 하다.

김정은의 경제 가치를 가장 노골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트럼프다. 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훈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3일(현지 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주한미군 주둔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한 빨리 철수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외교ㆍ안보 문제까지 장사꾼 논리로 접근한다며 그의 외교정책을 ‘아파트 독트린’(condominium doctrine)이라고 폄훼하는 모양이다. 부동산업자인 그가 마치 아파트 분양하듯 동맹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대로 새로운 북미관계가 수립되고(공동성명 1항),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된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공동성명 2항) 북미 70년 적대관계의 산물인 한미 연합훈련은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주한미군 역시 당장 철수는 아니더라도 성격이 달라져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동맹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동맹에 의한 안보와 평화 유지가 중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안보와 평화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면 적대와 대결 시대의 산물인 동맹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다분히 군산복합체의 논리가 반영된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관과 외교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지만 우리가 여기에 동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리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외교안보 구도를 새롭게 구축할 기회일 수 있다.

그러면 우리에게 김정은은 얼마나 돈이 될까.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월 신규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참담한 결과다. 문 정부의 정책 실패도 실패지만 그보다는 우리 내부의 성장동력 고갈에 따른 구조적 요인 탓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그 돌파구가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퍼 주기를 걱정하지만 적극적으로 퍼 주고 더 많이 퍼 오는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경협 재개만이 아니라 북한을 발판 삼아 중국 동북지역으로, 러시아 연해주와 시베리아로, 유라시아로 뻗어나가야 희망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도 꿈 꿨던 한민족의 활로다. 그 기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정은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경제발전에 나선 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정은의 돌변이나 속임수를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는 김정은이 문재인과 트럼프, 시진핑, 그리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을까. 김정은 활용 경쟁에 뒤처질 이유가 없다.

논설고문ㆍ한반도평화연구소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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