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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보다 경제 택한 콜롬비아

입력
2018.06.18 16:57
수정
2018.06.18 19:23
18면
42세 우파 두케 대통령 당선 “내전 평화협정 수정” 공언
17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이반 두케 민주중도당 후보가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개표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7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이반 두케 민주중도당 후보가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개표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콜롬비아 국민들이 17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 후보를 선택했다. 두케 후보는 반세기 내전을 종식한 2016년 평화협정을 손보겠다고 공언해 우려를 불러왔지만 유권자 표심은 설익은 평화보다 경제 회생으로 향했다.

콜롬비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최종 개표 결과 우파 민주중도당의 두케 후보가 53.98%를 득표해좌파성향‘인간적인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41.81%)를 약 12%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투표율은 53.04%로 집계된 가운데, 두케 당선인은 약 1,037만표를 얻어 역대 결선투표에 진출한 대선 후보 중 최고 득표수를 기록했다. 올해 42세인 두케 당선인은 콜롬비아 사상 최연소 대통령의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그는 승리가 확정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며 “더 이상의 분열은 없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케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킨 만큼 일찍이 승리가 예상되어 왔다. 하지만 그는대선운동 기간 내내 평화협정 수정을 강조해 콜롬비아가 다시 전장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을 키웠다. 2016년 11월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정부가최대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옛 FARC 지도부와 대원들의 살인ㆍ납치 등 중범죄를 단죄하지 않아 사회 혼란을 키웠다는 게 두케 당선인의 주장이다. 두케의 공약대로 옛 반군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처벌을 추진한다면 7,000여명에 달하는 FARC 대원 중 일부가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콜롬비아는 1964~2016년 사이 FARC 등 좌파 게릴라 조직과 정부, 우익 민병대 간 충돌로 26만여명이 숨지고 4만5,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그럼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평화협정을 수정하는 것이 지금보다 낫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 이후 FARC가 비운 자리를 군소 범죄조직이 채우면서 콜롬비아의 치안이 여전히 열악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서다. 이날 수도 보고타에서 투표를 마친 한 유권자는 “두케에게 표를 던졌다”며 “나는 평화를 원하지만 정의 없이 평화는 오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권자들이 평화를 단시간에 되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경제 정상화를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통 우파적인 경제관을 가진 두케 당선인은 콜롬비아 경제 회생을 위해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하와 규제 철폐 ▦탈세 단속 ▦석유 산업 및 광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진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시에 산토스 정권기간인 지난 2년 연 1.9%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집중 공격하며 4.5%의 성장을 약속했다. 반면 페트로 후보는 토지재분배, 신재생 에너지 위주로산업구조재편 등 과격한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채택, 이웃 국가 베네수엘라의 실패를 연상시키며 외면받았다. 보고타에 사는 또다른 두케의 지지자는 “우리의 희망이 보인다”며 “기업 활동을 더 존중해주고 일자리를 늘려 우리 나라를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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