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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값도 카드 결제 했는데… 의무수납제 폐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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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준원(34)씨는 현금 대신 신용카드만 들고 다닌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거의 모든 가게에서 결제 금액과 상관 없이 카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500원짜리 껌 한 통을 살 때도 종업원에게 거리낌 없이 카드를 내밀 수 있다. 김씨는 “카드를 쓰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많다 보니 굳이 현금을 갖고 다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신용카드 최강국이다. 정부가 소비 진작과 세원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2001년 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도입한 영향이 특히 컸다. 주요 선진국 중 해당 제도를 법으로 규정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가 7년 만에 재차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연내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여부 결정을 목표로 최근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원칙적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상 사안인 카드수수료율 결정에 정부가 개입해온 관행을 바로잡자는 차원에서다. 금융위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부터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협의할 계획이다.
의무수납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돼 있다. 이 법 19조1항에는 카드 가맹점이 고객이 신용카드 결제를 희망할 때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 4항에는 가맹점이 카드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격차별금지’ 조항도 들어있다. 카드 사용자가 소액을 결제해도 아무런 비용 부담을 지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의무수납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맹점의 불만이 컸다. 카드 고객과 가맹점이 똑같이 카드사의 결제망을 이용하는 데도 그 비용인 카드수수료는 온전히 가맹점 부담이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카드사 수익과 이용자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가맹점들은 모든 카드사와 한번에 가맹계약을 맺도록 돼 있는 현행 제도 탓에 카드사와 개별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출 수도 없다고 항변한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 결제액 1만원 이하일 땐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소비자 반발로 철회했다. 제도 폐지로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영세가맹점이 수수료율 인하를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정부는 의무수납제는 그대로 둔 채 영세 가맹점에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3년마다 정부가 이를 조정하는 단기처방책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이후 수수료 재산정 시기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수수료 인하 압력이 높아졌고, 정부는 2016년 우대수수료율을 낮춘 데 이어 올해 원가 재산정을 거쳐 내년에도 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무수납제 폐지를 재검토하고 나선 것은 수수료를 계속해서 낮추는 방식으로는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황이 꼬일 대로 꼬여 정책적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우선 소비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더구나 정부의 시장개입 명분이 사라져 현행 우대수수료율 정책 유지가 어려워질 경우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소비자와 정부가 이를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금지제를 폐지한 뒤 대형가맹점의 25%, 소형가맹점의 10%가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호주 등이 정부가 주목하는 사례다. 그러나 이는 더욱 큰 소비자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정부 입장에선 고민스럽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단기책으로만 대응하다 보니 상황이 상당히 꼬였다”며 “그러나 다양한 지급결제수단이 성장하는 걸 지원하는 취지에서라도 이참에 의무수납제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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